페이스북. /로이터 연합뉴스

페이스북이 애플의 개인정보 보호책의 영향에 본격적으로 휩싸였다. 올 2분기에는 애플 정책의 반사작용으로 인한 안드로이드용 광고 단가가 상승하며 성장했지만, 올 3분기부터는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기업 페이스북은 28일(현지시각) 올 2분기 순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의 2배인 103억9400만달러(12조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1년 전보다 56% 증가한 290억7700만달러(33조6000억원)였다. 시장 예상치(278억1000만달러)를 4.5% 넘어섰다. 페이스북의 월간 활성 사용자 수는 1년 전보다 7% 증가한 29억명에 달했다. 최근 3년간 가장 낮은 사용자 증가세다.

◇의외의 페이스북 호실적, 이유는?

당초 월가에서는 페이스북이 최근 변경된 애플의 앱 투명성 정책으로 인한 악영향을 올 2분기부터 볼 것으로 봤다. 애플은 지난 4월 아이폰 사용자들이 자신의 앱 사용 기록을 페이스북 등 스마트폰 앱이 수집하지 못하도록 선택할 수 있는 기능을 도입했다. 전 세계 아이폰 사용자 중 페이스북 등 앱이 사용자 기록에 접근하는 것을 허용한 비율은 30% 수준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아이폰 사용자에 대한 타깃 광고가 불가능해지며 페이스북의 광고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페이스북은 올 2분기 애플 정책 변경의 긍정적 효과를 먼저 누린 것으로 보인다. 아이폰에 타깃 광고가 불가능해지면서 모바일 광고 회사들은 안드로이드용 광고에 집중했고, 안드로이드 광고 단가가 높아졌다. 온라인 광고 대행사 티누이티의 앤디 테일러는 “안드로이드 사용자 대상 광고 단가가 아이폰 대상 광고 단가보다 30% 높아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페이스북은 “2분기 광고 단가가 1년 전보다 47% 높아졌고, 광고 수도 6% 증가했다”고 밝혔다. AP 통신은 “광고 단가가 상승하면서 페이스북 순익이 2배가 됐다”고 보도했다.

애플과 페이스북. /AP 연합뉴스

◇3분기 전망 흐림에 주가 폭락

애플 정책 변경의 악영향은 3분기부터 본격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비드 웨너 페이스북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애플 정책 변경으로 인한 타깃 광고 역풍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3분기엔 2분기보다 훨씬 큰 충격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페이스북의 3·4분기 성장률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자 투자자들은 흔들렸다. 이날 페이스북 주가는 정규장에서 어제보다 1.49% 올랐지만, 장 마감 후 실적이 발표되자 곧장 곤두박질 치며 4% 급락했다.

페이스북 앞에는 미 행정부의 규제도 놓여 있다. 페이스북은 현재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와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FTC는 페이스북이 와츠앱 등을 인수하며 시장 독과점 구조를 만들었고 이는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6월 법원은 “FTC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부족하다”며 페이스북 손을 들었지만, FTC는 최근 항소했다. 인베스팅닷컴의 수석 애널리스트인 제시 코헨은 “증가하는 규제 우려와 반독점 조사는 앞으로 몇 달간 페이스북에 큰 역풍이 될 것”이라고 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AFP 연합뉴스

◇디바이스 강화하며 살길 모색하는 페이스북

페이스북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광고 매출 위주의 사업 구조를 새롭게 바꾸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가 꺼낸 카드는 ‘메타버스’다. 최근 페이스북은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전담 부서를 꾸렸다. 페이스북의 계획은 VR 기기인 ‘오큘러스’와 TV용 화상 카메라인 ‘포털’ 판매를 늘리고, 이를 통해 물리적 거리에 상관없이 새로운 가상세계에서 사람들이 만날 수 있는 메타버스 서비스를 확장한다는 것이다. 최근 페이스북은 실리콘밸리에서 관련 하드웨어 연구 인력을 대거 채용하고 있다.

IT 업계에선 페이스북이 광고 매출이나 애플·구글 앱 스토어 규제에서 벗어나 자체적인 하드웨어 플랫폼 구축에 나서기 위해 메타버스와 관련 디바이스에 투자를 집중하는 것으로 분석한다.

마크 저커버그는 최근 IT 매체인 더버지와의 인터뷰에서 “이 프로젝트가 생각대로 진행된다면, 앞으로 5년 안에 페이스북은 SNS 회사가 아닌 메타버스 회사로 기억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