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소재는 기술 규정에 없는 소재입니다.”
LS전선은 최근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전기안전공사 담당자로부터 이런 설명을 들었습니다. 회사가 지난해 개발한 폴리프로필렌(PP) 소재 절연(絶緣) 케이블이 판매 기준에 맞지 않다는 것입니다. 절연 케이블은 전기가 전선 밖으로 새지 않도록 해 전력 손실을 막는 부품입니다. 지금까지 전선 업체들은 가교폴리에틸렌(XLPE)이라는 소재로 절연 케이블을 만들어왔는데, 제조 과정에서 온실가스인 메탄가스가 대량 발생하고 쓰고 나면 모두 땅에 묻거나 소각해야 했습니다. LS전선이 개발한 PP절연 케이블은 탄소 배출량이 적고, 재활용도 가능한 친환경 제품입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양산에 성공한 기업은 2~3곳 정도입니다.
LS전선은 지난 2015년부터 한국전력공사와 함께 총 60억원을 투자해 이 제품을 개발했습니다. LS전선이 공장·아파트 등 민간에서 사용하는 저전압용 절연 케이블을, 한전은 변전소·송전선처럼 국가 기간망에 사용할 고전압 케이블을 각각 출시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LS전선의 민간용 제품만 판매가 막혔습니다. 한국전기설비규정(KEC) 절연 소재 목록에 PP가 포함돼 있지 않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반면 한전은 이미 지난해부터 이 케이블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한전은 자체 규정을 따르기 때문에 정부 규제를 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전압 규격과 사용처만 다를 뿐 모두 LS전선이 생산하는 제품인데 다른 잣대가 적용된 것입니다. LS전선은 규정을 관장하는 대한전기협회 분과위원회 측에 개정을 재차 요청했지만, “판매 실적이 있어야 규정에 넣을 수 있다”는 답만 받았습니다. 판매 길을 막아둔 채 실적을 요구하고 있는 겁니다.
구체적인 허가 검토 일정도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친환경 제품 사용을 장려해야 할 정부 기관이 오히려 탄소 저감에 앞장서는 기업의 혁신을 가로막는다는 비판이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