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윤성호(38) 대표가 산업용 로봇팔 위에 손을 올리고 있다. /고운호 기자

“앞으로 그 어떤 산업 현장에서도 AI(인공지능) 없이 공장을 관리하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시대가 올 겁니다.”

지난 24일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만난 산업용 AI 설루션 스타트업 마키나락스 윤성호(38) 대표는 “산업용 AI는 잠재력이 무궁무진하지만 아직까진 뚜렷한 강자가 없는 블루오션(유망 시장)”이라고 말했다. 올해로 창업 5년 차에 들어선 이 회사는 공장 설비가 고장 나기 전에 미리 이상 징후를 탐지하는 AI 서비스 업체이다. 고도의 자동화가 이뤄진 스마트공장에선 장비 하나가 멈춰서면 많게는 수억~수십억원의 손실을 낳는 사고로 이어진다. 윤 대표는 “이런 제조 현장의 고질적인 고민을 혁신 기술로 해결하고, 산업계의 생산 환경을 탈바꿈한다는 목표로 창업했다”고 했다.

마키나락스는 지난달 15일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이 세계 경제와 사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새로운 기술·혁신 스타트업 100곳을 선정하는 ‘테크 파이오니어’에 뽑혔다. 구글·트위터·에어비앤비 등 쟁쟁한 기업들이 이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뒤 급성장했다. WEF는 “제조 환경이 복잡하고 급진적인 변화를 겪고 있는 가운데, 마키나락스의 기술은 궁극적으로 제조 산업을 한 단계 전진시킬 것”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핵물리학 전공하던 학자, “산업계에서 가능성을 봐”

윤 대표는 미국 MIT에서 입자물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물리학의 최전선으로 불리는 스위스 CERN(유럽입자물리연구소)에서 연구 조교로도 일했다. 그는 “그때까지만 해도 내 진로는 과학자나 교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산업 현장을 접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윤 대표는 “박사 학위 후 병역 의무를 다 하기 위해 삼성전자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하면서 반도체 제품 생산에 참여했는데, 오랜 연구에도 답이 나오지 않는 순수과학 분야와는 다른 재미가 있었다”고 했다.

병역을 마친 윤 대표는 미국으로 돌아가는 대신 SK텔레콤에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취직했다. SK그룹의 반도체·에너지 계열사의 사업 데이터를 분석하는 게 주 업무였다. 그는 “이런 과정에서 제조업에 특화된 AI 데이터 분석이 얼마나 요긴하게 쓰이는지 목격했고, 고도화된 서비스가 나왔을 때 수요가 얼마나 클지 가늠할 수 있었다”고 했다. 윤 대표는 당시 SK텔레콤에서 함께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재직 중이던 임용섭 공동창업자와 하버드대에서 이론화학을 전공한 심상우 공동창업자, 시카고 대학에서 경영학 석사를 나온 이재혁 공동대표와 함께 마키나락스를 창업했고 SK텔레콤의 투자도 받았다. 사명인 ‘마키나락스’는 ‘기계’를 뜻하는 라틴어 마키나(makina)와 ‘쩐다’라는 의미의 영어 속어 ‘락스(rocks)’를 합쳐서 만들었다. 기계가 세상을 바꾸고, AI가 사람을 더 사람다운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기계가 ‘우는 소리’, AI가 더 빨리 잡아내

윤성호 마키나락스 대표가 지난 24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며 자사 서비스를 설명하고 있다./고운호 기자

윤 대표는 “공장에서 오랫동안 근무하신 분들 중에는 ‘기계가 운다’며 귀신처럼 기계 결함을 잡아내는 분들이 있다”며 “우리 시스템은 이런 기계 우는 소리를 최대 5일 전에 들을 수 있는 ‘수퍼 숙련공’인 셈”이라고 했다. 그는 “기계 설비에 부착된 센서를 통해 온도·압력·전류흐름 등 수많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한다”며 “AI는 이 기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때의 데이터와 실시간으로 수집되는 데이터를 비교해 종합적인 판단을 내리고, 비정상이라고 판단하면 경고를 보낸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 시스템의 오탐률은 5% 미만이다. 윤 대표는 “데이터 분석으로 장비 이상을 탐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기계 제어 최적화와 에너지 저장 장치(ESS)의 화재 예방과 같은 서비스도 가능하다”고 했다. 현재 마키나락스는 현대차를 비롯한 20여개 대기업에 자사 AI기술을 탑재하거나,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마키나락스는…

창립: 2017년 12월

본사: 서울·미국 샌프란시스코

공동 창업자: 윤성호·심상우·이재혁·임용섭

직원 수: 54명

누적 투자 유치액: 138억원

주요 사업: AI(인공지능)를 활용한 산업 장비 이상 탐지, 예측 분석 설루션 제공

주요 이력: ‘테크 파이오니어 2021’ 선정

☞윤성호(38) 마키나락스 대표

-일리노이대 물리학과·수학과 학사

-MIT 물리학 박사

-CERN(유럽입자물리연구소) 연구 조교

-前 SK텔레콤 ICT기술원

리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