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게티이미지 코리아

코로나 사태가 완화되자 구글·애플·페이스북 등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들이 오는 9월부터 직원들의 사무실 복귀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업체마다 재택근무에 대해서는 온도차를 보인다. 직원들의 사무실 복귀에 방점을 찍은 애플과 구글은 최근 사무실 공간을 늘리려 시도하고 있다. 반면 페이스북 등은 재택근무를 확대하는 중이다. 1년 넘는 팬데믹 기간 동안 재택근무를 한 직원들은 사무실 복귀를 꺼려하는 상황이다.

◇재택근무 확대하는 페이스북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CEO는 지난 9일(현지시각) 직원 전체 메모를 통해 대부분의 미국 사무실을 9월에 절반, 10월에 완전 재개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핵심은 재택근무 확대다. 저커버그는 전체 약 6만명의 직원 중 모든 정규직 직원이 원격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면 재택근무를 허용한다고 밝혔다. 작년 5월엔 일부 직원의 경우 영구 재택근무가 가능하다고 했었는데 이번에 그 대상을 더 넓힌 것이다.

/연합로이터

미국 직원이 캐나다에서 원격 근무를 할 수 있고, 유럽 직원은 영국에서 원격근무를 요청할 수 있다. 페이스북은 내년 1월부터는 유럽 7개국에서 영구 재택근무가 가능하다고 했다. 저커버그는 “우리는 지난 1년간 어디에서나 좋은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며 “특히 원격 비디오와 가상현실이 계속 진화함에 따라 대규모 원격 작업이 가능하다는 것을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트위터도 코로나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를 여전히 강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힌 곳이다. 트위터 창업자인 잭 도시 CEO는 작년 5월 직무 성격이나 여건이 맞는 직원이 원하면 영원히 재택근무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후 트위터는 방침을 바꾸지 않고 있다. 드롭박스, 세일즈포스도 직무상 가능한 인원은 완전 재택근무를 유지하기로 했다.

중국 베이징에 있는 애플 스토어. /연합뉴스

◇사무실 공간 늘리는 애플

대부분의 기업들은 오는 9월부터 사무실을 재개장하면서 직원들이 일주일에 3일 정도 사무실로 나오는 하이브리드 근무 체계를 도입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오히려 사무실 공간을 늘린다.

대표적인 곳이 애플이다. 애플은 오는 9월부터 주 3일 직원들이 사무실로 출근하는 하이브리드 근무 체제를 도입하겠다고 선언했다. 팀쿡 애플 CEO(최고경영자)는 지난 2일(현지 시각) 사내 메일에서 “화상회의가 결코 복제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며 “9월부터는 대부분 직원이 월·화·목 사무실로 출근하고, 수·금은 원격 근무를 선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애플은 지난 5월 실리콘밸리 서니베일에 건물 6개를 추가로 임대했다. 2800~3500명이 일할 수 있는 사무 공간이다. 이는 작년 코로나 사태 이후 실리콘밸리에 발생한 가장 큰 부동산 임대 거래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직원들이 사무실로 나오는 날은 줄었지만 직원 개개인이 사용하고 활동하는 공간이 확대될 것을 염두에 두고 사무 공간을 확대한 것이다.

구글이 실리콘밸리 산호세에 지을 메가캠퍼스 콘셉트.

실리콘밸리 대표 IT 기업인 구글도 오는 9월부터 전체 직원 대상 사무실 근무를 시작한다. 전체 직원의 20%는 집에서, 20%는 다른 지역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60%가 회사로 출근하는 형태다. 구글도 애플처럼 사무실 공간을 확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구글은 지난 5월 미 캘리포니아 산호세 시의회로부터 산호세에 구글 메가캠퍼스를 짓는 것을 승인받았다. 지난 4년간 추진했던 부동산 개발 계획이 이번에 통과된 것으로, 앞으로 10년간 산호세에 68만㎡ 크기의 사무공간과 4000여개의 주택을 건설할 예정이다.

아마존도 오는 9월부터 직원들이 일주일에 이틀은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고 재택근무를 하고, 나머지 날은 사무실로 나오도록 했다.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다루는 세일즈포스도 올 가을부터 대부분의 직원이 일주일에 1~3일 사무실로 출근해 일하고 나머지 날은 집에서 일하는 유연근무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미국 성인들은 일주일에 몇번 재택근무를 원하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블룸버그

◇직원들, 사무실 복귀에 불만

기존보다는 사무실로 나가서 일하는 날이 줄었지만, 1년 넘게 재택근무를 통해 생산성을 유지하고 업무효율을 높였던 직원들은 기업들의 사무실 복귀 추진 움직임에 반발하고 있다.

애플의 일부 직원들은 최근 ‘월화목 출근제’를 회사가 강제하자 반발했다. 애플 직원들은 “지난 한 해 우리는 매일 출퇴근에 따른 제약이 없어지며 처음으로 일에 최선을 다할 수 있게 됐다”며 “많은 사람이 사무실에 있는 동료들을 직접 만나고 싶어한다는 회사의 주장은 우리의 감정과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사무실 근무가 시작되면 현재 직장을 그만두고 재택근무가 가능한 일을 찾겠다는 사람도 많다. 블룸버그가 컨설팅업체를 고용해 지난 5월 미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체 중 39%가 고용주가 원격근무에 유연하지 않을 경우 직장을 그만두는 것을 고려하겠다고 응답했다. 영국의 BBC는 “기업들이 업무 효율이나 생산성과는 무관한 이유로 일명 ‘출근주의’를 고집하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