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 시각) 주요 7국(G7) 재무장관들의 글로벌 최저 법인세 15% 합의는 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 같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대형 IT 기업들을 조준하고 있다. G7은 이번에 ‘영업이익률이 10%를 넘는 다국적 대기업은 이익 중 최소 20%를 해당 매출이 발생한 국가에 세금으로 내도록 한다’는 데에도 합의했다. 테크 공룡들이 전 세계 시장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 한국을 비롯, 일부 국가에서는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던 잘못된 관행을 깨겠다는 것이다.

◇세금 회피 테크 공룡 겨냥

미국과 프랑스·독일·영국 등 유럽 주요국으로 구성된 G7이 법인세 인상 협상을 시작한 것은 8년 전인 2013년. 10~15년 전부터 구글·페이스북 등 미국의 대형 IT 기업들이 유럽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는 반면, 이들 기업의 유럽 본부는 법인세율이 12.5%로 다른 유럽 국가의 절반도 되지 않는 아일랜드에 두고 조세 회피를 한다는 비판이 커지면서다.

그래픽=백형선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따르면 지난 2000년 평균 32.2%였던 글로벌 법인세는 지난해 23.2%까지 내려갈 정도로 각국이 경쟁을 벌여왔다. 법인세 협상이 교착되자 프랑스·영국 등 유럽 국가들은 미국 기업을 겨냥한 디지털 소비세, 일명 ‘구글세’를 신설했다. 그러자 당시 오바마·트럼프 행정부는 자국 기업 보호 차원에서 유럽산 수입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며 맞섰다.

상황이 바뀐 것은 미 바이든 정부가 코로나 경기 불황 극복과 중산층·노동자 중심 경제를 주창하면서 법인세 증세를 밀어붙이면서부터다. 바이든 정부는 미국 내 법인세만 올리면 미 기업들의 해외 이전(오프쇼어링)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유럽 등 각국에 글로벌 최저 법인세 설정을 제안했다. 유럽연합(EU)은 최저 법인세 15% 설정으로 매년 480억유로(약 65조원), 미국도 일부 기업의 미국 유턴으로 향후 10년간 5000억달러(약 558조원)의 추가 세수를 확보할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서 100억도 안 낸 구글·애플, 수천억 낼 듯

이번 G7 합의가 적용되면 구글·페이스북·애플 등 글로벌 테크 기업들이 한국에서 내야 할 세금이 최대 수천억원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그동안 이들 기업은 한국에 서버나 제조 시설이 없다는 이유로 최소한의 법인세만 냈다. 지난해 구글코리아 97억원, 페이스북코리아 35억원,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 22억원 등 대부분의 미국 IT 업체들은 100억 미만의 세금을 냈다.

IT 업계에선 구글의 경우 한국에 내야 할 세금이 최소 2000억~30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구글코리아는 지난해 한국에서 매출 2201억원을 올렸다고 공시했는데, 실제 한국에서 앱스토어로 올린 매출만 5조원이 넘는다. 애플도 지난해 한국 내 앱스토어 매출이 2조~3조원 정도로 향후 합의안이 적용될 경우 세금 규모가 1000억원 이상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구글·페이스북·아마존 등 기업들은 이날 성명을 내 G7 합의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세금 납부액이 늘더라도 조세 예측 가능성과 사업 연속성이 담보되는 데 더 큰 의미를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G7 합의는 내달 G20 합의를 거쳐 전 세계 140여 나라의 참여를 얻어야 하며, 각국 의회 비준 절차도 필요하기 때문에 실제 집행까지는 수년이 걸릴 수 있다.

IT 업계 관계자는 “이번 G7 합의가 사실상 구글·애플과 같은 다국적 테크 기업을 겨냥했기 때문에 국내 기업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은 낮은 편”이라며 “다만 최종 합의안에 따라서 삼성전자 등 일부 기업의 경우 미국·유럽 내 법인세 부담이 증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