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 대만 TSMC가 연내 초미세공정인 2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반도체 양산을 위한 테스트 생산 설비를 세운다. 당초 예상보다 3~4개월가량 빨라진 것으로, 2나노 칩 상용화에 필요한 생산 기술을 서둘러 확보해 오는 2024년부터 양산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TSMC는 4나노 반도체 생산 일정도 앞당겨 당장 다음 달부터 시험 생산을 시작해 내년에 양산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5·7나노 공정 상용화에서 삼성을 앞섰던 TSMC가 5나노 이하 반도체 양산 일정을 단축하고 막대한 설비 투자로 격차 벌리기에 나서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반도체 성능을 좌우하는 나노 단위 미세 공정 경쟁에서 TSMC가 빠르게 치고 나가면서 후발 주자인 삼성전자의 추격이 더 어려워졌다는 말이 나온다.
반도체는 나노 단위인 회로의 선폭(線幅)이 좁을수록 저전력·고효율 칩을 만들 수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투자 규모를 171조원으로 늘린다는 계획 외에는 구체적인 파운드리 분야 개발 일정과 투자 계획은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초미세 공정에서 또 앞서가는 TSMC
웨이저자 TSMC 최고경영자(CEO)는 2일(현지 시각) 온라인으로 진행한 회사 기술 설명회에서 “올해 말까지 본사가 있는 대만 신주에 2나노 테스트 생산 시설을 완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나노 테스트 생산 시설은 반도체 양산 전에 안정적인 수율(생산품 가운데 양품의 비율)을 달성하기 위한 기술 개발 설비다. 양산 직전 마지막 연구개발(R&D) 단계인 셈이다. 이 과정에서 높은 수율을 확보하면 양산에 들어가게 된다. TSMC는 이날 3나노 제품을 내년 하반기에 본격 양산하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TSMC는 2·3나노 칩 양산에 대비한 생산 시설 구축도 진행하고 있다. 웨이저자 CEO는 이날 “(2나노 공정이 적용된) 새 공장 부지 확보도 동시에 진행해 조만간 건설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TSMC는 현재 미 애리조나주에 짓고 있는 5나노 공장에 이어 3나노 공장을 5개 더 세운다는 계획이다. 대만 타이베이타임스에 따르면 TSMC는 애리조나주에 2나노 공정이 적용된 차세대 반도체 공장 건립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TSMC의 이 같은 추진력은 높은 수율로 미세 공정 칩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현재 완벽한 수율과 품질로 5나노 첨단 반도체를 양산할 수 있는 곳은 TSMC뿐”이라며 “미국 인텔도 최근에야 7나노 제품 양산이 가능해졌는데 이번에 TSMC가 발표한 2나노 개발 상황은 업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파운드리 투자 못 내리는 삼성
반면 삼성전자는 2·3나노 칩 투자 계획이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내년 하반기 3나노 반도체를 양산할 계획이다. 2나노 칩 기술 개발도 마친 상태다. 하지만 아직 관련 설비 투자가 확정되지 않았다. 삼성은 올해 170억달러(약 20조원)를 투자해 미국에 파운드리 공장을 증설할 계획이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이 공장은 3나노 공정을 적용할 것이 유력하다. 하지만 공정 증설 계획은 여전히 후보지를 두고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TSMC가 후발 주자와의 격차를 벌이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는 것”이라며 “반면 삼성은 공격적인 투자를 하기엔 기술 개발 실적이나 리더십에서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