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온라인 쇼핑업체 아마존이 90억달러(약 10조1000억원)에 할리우드의 명가(名家) MGM스튜디오를 곧 인수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WSJ은 아마존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주에 인수 계약이 체결될 것”이라고 전했다. 아마존의 기업 인수·합병으로는 2017년 식료품 체인 홀푸드 인수(137억달러·15조4000억원)에 이어 역대 둘째 규모이다. 아마존은 MGM 인수를 통해 자사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프라임 비디오’의 경쟁력을 강화해 시장 1위인 넷플릭스를 넘어서겠다는 포부이다. 앞서 세계 최대 통신기업인 미국 AT&T가 자회사 워너미디어를 ‘다큐멘터리의 제왕'인 디스커버리 채널과 합병하기로 했고, 세계 최대 케이블TV 회사이자 미국에서 가장 큰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인 컴캐스트는 미디어그룹 비아콤CBS와의 합병을 검토하고 있다. 급성장하는 인터넷 동영상 시장을 노린 글로벌 미디어 산업 재편이 격화되고 있다.

그래픽=김성규

◇아마존, 넷플릭스 정조준

‘포효하는 사자' 엠블렘으로 유명한 MGM스튜디오는 1924년 설립 이래 007·록키·매드맥스·로보캅·핑크팬더 같은 시리즈를 내놓은 할리우드의 대표적 영화 제작사다. 인기 TV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까지 포함하면 MGM 콘텐츠의 가치는 100억달러(11조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MGM은 미디어 시장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자금난을 겪다가 2010년 파산 신청을 했고, 회생 작업을 거쳐 매각을 추진해왔다. 애플이 2018년 인수에 나섰지만, MGM 가치를 고작 60억달러로 평가해 협상이 무산되기도 했다.

아마존은 올 초부터 MGM과 본격적인 인수 협상을 진행해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아마존의 MGM 인수는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강화하려는 투자의 일환”이라고 보도했다. 2006년 OTT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시작한 아마존은 2010년 자체 스튜디오를 세운 뒤 영화·TV드라마 제작과 스포츠 중계권 확보에 수십억달러를 쏟아부었다. 현재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회원은 1억7500만명에 이른다. 아마존은 무료 배송과 가격 할인을 제공하는 월 12.99달러의 자사 온라인 쇼핑 멤버십 ‘프라임’ 회원들에게 8.99달러의 프라임 비디오 구독권을 무료로 제공하면서 쇼핑과 콘텐츠의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누려왔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2억명 넘는 가입자로 글로벌 시장 1위로 급성한 데다 디즈니와 HBO까지 OTT 서비스를 선보이자 아마존으로선 ‘콘텐츠 경쟁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위기감이 커진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아마존은 전 세계인을 끌어모을 대형 영화를 만들고 싶어 했지만 기존 역량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판단했다”면서 “MGM 인수가가 높다는 평가가 많지만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에게 90억달러는 큰돈이 아닐 것”이라고 했다.

◇NBC·CBS 합병설까지 나와

외신들은 아마존의 MGM 인수가 OTT 시장을 잡기 위한 기업들의 합종연횡을 가속하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미디어·통신 기업들은 이미 넷플릭스 타도를 목표로 앞다퉈 인수·합병과 제휴에 나서고 있다. AT&T는 지난 17일 워너미디어를 기업분할한 뒤 디스커버리 채널과 합병해 새로운 미디어 회사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새 회사의 기업 가치는 430억달러(약 48조원)에 이른다.

미국 거대 방송사 NBC와 CBS의 결합설도 제기되고 있다. NBC와 영화 제작사 유니버설스튜디오를 보유한 컴캐스트는 지난해 7월 OTT 서비스 피콕을 출범했다. 방송사 CBS와 파라마운트스튜디오를 거느린 비아콤CBS도 지난 3월 파라마운트플러스 서비스를 출시하며 OTT 서비스 시장에 뛰어들었다. CNBC는 “두 방송사가 동영상 서비스 부문의 덩치를 단숨에 키우기 위해 아예 합병에 나설 수 있다”면서 “다만 대형 방송사의 합병은 경쟁 당국 독점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게 걸림돌”이라고 했다.

최민하 삼성증권 책임연구위원은 “AT&T와 아마존의 공격적인 행보는 경쟁사들에 대응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을 안겨주고 있다”면서 “여러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가 경쟁하고 있는 국내에서도 시장 재편이 곧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