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클린룸 반도체 생산현장./삼성전자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로 인한 국내 자동차 업계의 생산 중단이 확산되면서 자동차·반도체 업계에서는 “정부가 나서 차량용 반도체 산업을 국가 전략 기술로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포함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스마트폰·PC용 반도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자동차 반도체 생산을 늘리기 힘든 것이 현실인 만큼 정부가 세제 혜택과 기술 개발·설비 투자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민간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율주행차·전기차 등 미래 산업을 대비한 기술 안보 차원에서도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중과 유럽은 정부 주도로 자동차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미국은 오는 2024년까지 차량용 반도체를 포함한 반도체 생산 설비 투자금에 대해 최대 40%까지 세금을 공제하기로 했고, 연구·개발(R&D) 분야에도 총 228억달러(약 26조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유럽연합(EU)은 기업에 반도체 설비 투자액의 40%를 보조금 형태로 돌려주고 있다. 중국은 오는 2030년까지 반도체 장비·자재 수입 시 관세를 물리지 않을 계획이다. 반면 한국은 반도체 설비 투자에 대한 3%의 세액 공제를 제외하면 사실상 기업 혜택이 없다. 기업 입장에서는 마진이 적고 경기 상황에 따라 수요가 널뛰는 자동차 반도체에 굳이 뛰어들 필요가 없는 것이다.

업계에선 장기 투자가 필수인 반도체 산업 특성상 지금이라도 정부가 나서 차량용 반도체 자급 확대에 나서지 않으면 향후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자동차 반도체는 일반 반도체와 달리 고온과 충격에 견뎌야 하고 칩 성능이 사람의 목숨에 직결되기 때문에 기술 장벽이 높다. 뛰어난 기술을 인정받는 국내 반도체 업체들도 차량용 반도체를 본격 생산하려면 수조원의 막대한 투자와 고급 기술 인력이 필요하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과거 한국이 국가 차원에서 메모리 반도체 산업을 키운 것처럼 차량용 반도체도 정부 주도로 육성해야 한다”며 “국내 반도체 제조 시설 구축 확대를 위한 인센티브 지원 확대, 우수 인재 양성, 국제 정세에 능동적 대응을 위한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