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 최태원 SK그룹 회장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이 SK그룹과 손잡고 국내 온라인쇼핑 시장에 진출한다. 아마존은 SK그룹의 온라인쇼핑몰 11번가에 최대 3000억원을 투자하고, 한국 소비자가 아마존에서 판매하는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거래액 기준으로 쿠팡·이베이코리아에 이어 3위인 11번가가 아마존과 협업으로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을지 주목된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와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아마존과 이 같은 내용의 사업 협력을 논의 중이다. 11번가는 최대 3000억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를 발행해 아마존에 매각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환전환우선주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주식이다. 보통 외국인 투자 유치 등을 위해 발행된다.

아마존은 오래전부터 인터넷 환경이 좋고 온라인 쇼핑이 급속도로 커지는 한국 쇼핑몰 시장 진출에 관심이 있었다. 그러나 국내에서 이미 이베이코리아·쿠팡·11번가 등 시장 경쟁이 치열해, 직접 진출하는 대신 기존 업체와 협력해 간접적으로 진출하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아마존이 창업자가 미국 출신인 쿠팡과 협력 가능성이 크게 점쳐졌는데, 최태원 회장이 선제적으로 딜을 이끌어 간 것으로 보인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는 해석이다.

11번가는 아마존에 입점한 상품 가운데 국내에서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제품을 미리 대량 매입하고, 이를 소비자에게 판매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 해외 직구를 하면 긴 배송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데, 앞으로는 단 시간에 아마존에서 판매되는 해외 인기 제품을 사게 한다는 것이다. IB업계에 따르면 아마존과 11번가의 구체적인 협력 사안은 내년 초쯤에 구체화할 전망이다. 일정이 코로나 탓에 기존 계획보다 지연된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 SK플래닛의 온라인 쇼핑 사업부였던 11번가는 2018년 독립 법인으로 분사하며 SK텔레콤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SK텔레콤은 최근 통신만 하는 기업에서 종합 정보통신기술 기업으로 변신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SK텔레콤은 온라인 동영상을 서비스하는 자회사인 웨이브, 앱을 유통하는 원스토어 등을 상장시켜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려는 장기 전략을 갖고 있다. 통신 업계에서는 “11번가와 아마존의 협력도 같은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는 해석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