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미 프로농구)가 지난 12일 로스앤젤레스 레이커스의 우승을 끝으로 다사다난했던 2019~2020 시즌을 마감했다. 코로나 사태로 지난 3~7월 리그를 중단하며 한때 시즌 취소 위기까지 몰렸지만, 결국 정한 일정을 모두 치렀다. NBA 사무국이 준비한 전용 경기장 시설인 ‘버블’(bubble·비눗방울) 덕분이었다.
사무국은 플로리다주(州) 올랜도 디즈니월드 인근 세 호텔과 세 경기장을 ‘코로나 청정 구역’으로 지정하고, 선수단과 구단 스태프, 심판진, 미디어 종사자 등 1500여 명을 외부와 완전히 격리했다. 비눗방울 속으로 바이러스가 침투할 수 없듯, 수만㎡를 통째로 외부와 차단한 ‘별세계’로 만든 것이다. NBA 사무국은 “리그 재개 후 석 달간 총 175경기를 치렀지만, 확진자는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고 12일 밝혔다. 홈·원정 경기를 번갈아 하는 전통 방식을 유지한 MLB(메이저리그 야구)에서 코로나 확진 선수가 속출했던 것과 비교된다.
미셸 로버츠 NBA 선수협회 사무국장은 USA투데이 인터뷰에서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선 ‘버블 체제’가 (리그를 유지하는) 유일한 환경이라는 점에 선수 모두가 공감했다”고 밝혔다. 버블의 성공으로 NBA는 ‘코로나 사태에 가장 잘 대처한 스포츠 리그’이자 ‘가장 혁신적인 스포츠 리그’로 평가받게 됐다. NBA는 지난해 미 정보 기술(IT) 매체 패스트컴퍼니가 꼽은 ‘세계 50대 혁신 기업’ 중 3위에 올라 스포츠 팬들을 놀라게 한 적이 있다. 농구와 IT, 그리고 혁신은 어떻게 연결될까. Mint가 분석했다.
◇비눗방울이 터지지 않았던 이유
NBA 사무국은 시즌 재개를 결정한 뒤, 코로나 방역에 혼신을 다했다. 일단 버블에 입소한 선수단 342명은 항상 마스크를 썼고, 매일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그 외 현장 관계자 약 1200명도 주기적으로 검사를 받았다. 여기까지는 여느 방역 지침을 조금 강화한 수준인데 NBA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IT를 대폭 접목했다.
일단 웨어러블(wearable·착용) 기기를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선수들은 경기와 훈련 때를 제외하면 ‘스마트 반지’와 ‘스마트 카드’를 항상 착용하도록 했다. 핀란드 헬스케어 기업 오우라(Oura)가 만든 스마트 반지는 심박수·체온을 상시 측정한다. 이상이 생기면 의료진에게 바로 보고한다. 독일 기술 기업 키넥슨이 만든 스마트 카드는 위치 추적 기능이 있어, 약 180㎝ 이내로 누군가 다가와 5초 이상 머물면 ‘알람’이 울린다. ‘거리 두기’를 하라는 뜻이다. 위치 기록도 남기 때문에, 확진자가 발생했다면 역학조사를 순발력 있게 할 수 있는 장치다. 호텔 방 열쇠 역할을 했던 팔찌 '디즈니 매직 밴드’도 위치 추적 기능을 갖고 있다.
여기에 방마다 블루투스 연동이 가능한 체온계와 심박계를 비치했다. 버블에 머무는 동안 매일 측정하고, 그 수치를 ‘NBA 마이헬스’ 앱에 기록하게 했다. 위험 신호가 나오면 즉각 격리 치료하기 위해서다. 버블 내 NBA 중계방송을 총괄한 주디 바이스 ESPN 수석 PD는 올랜도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 “스마트 기기 덕분에 안전 문제 걱정을 덜 수 있었고, 모두 콘텐츠와 방송 제작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NBA 사무국은 올 시즌 버블에서 1500여 명의 숙식을 제공하고, 안전을 강화하는 데 약 1억5000만달러(약 1700억원)를 썼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지 않는다면, 다음 시즌에도 버블을 일부 활용할 전망이다.
◇팬들이 ‘없었는데, 있었습니다’
경기는 ‘무(無)관중’이었다. 그런데 경기장은 다른 스포츠에 비해 훨씬 활력이 넘쳤다. 매 경기 300여 팬이 ‘가상현실 관중석’에 앉아, 응원전을 폈기 때문이었다. NBA는 일단 가로 10~20m, 세로 5m가 넘는 대형 LED 디스플레이를 경기장 세 면을 감싸는 형태로 이어 붙여, 가상현실 관중석을 만들었다. 화면엔 경기를 관람하는 농구 팬들의 얼굴을, 경기장 스피커로는 이들의 응원을 틀었다. 덕분에 선수들이 경기 중 팬들의 응원을 직접 들을 수 있었다.
관중은 마이크로소프트 화상 회의 앱 팀스의 ‘투게더 모드’를 통해 실시간으로 참석했다. NBA 중계 화면을 보면 LED 디스플레이 속 팬들의 얼굴이 어깨선 정도까지 비슷한 크기로 나온다. 여기엔 인공지능(AI) 기술이 쓰였다. AI가 제각각인 영상을 보기 좋게 비슷한 크기로 적당히 잘라낸 것이다. 팬들도 관중석 전체 화면을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옆에 같은 팀을 응원하는 동료 팬들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NBA 앱의 ‘응원하기’ 버튼을 누르면, 환호도 보낼 수 있었다. 경기장 내 디스플레이엔 종종 각 팀의 ‘디지털 응원 수’를 표시하는 숫자가 현란하게 오갔다. 골판지를 오린 ‘종이 관중’을 허접하게 관중석에 배열해놓은 MLB(메이저리그 야구)는 조롱을 받았지만, NBA 구장은 공상과학영화 속 한 장면처럼 보였다.
가상 관중이 되는 조건은 다소 까다로웠다. 각 팀 홈페이지에서 회원 가입을 한 뒤 좌석 추첨에 응모하거나, 후원사였던 맥주 브랜드 미켈럽의 소셜미디어 채널 이벤트에 참여해야 했다. 올 시즌 가상 관중 중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전설적 NBA 선수 샤킬 오닐 등도 있었다. 선수에게 욕을 하는 등 위협적 행동을 할 경우, 모니터링 요원에게 즉시 쫓겨난다. 장시간 자리를 비워도 다른 사람으로 바뀐다.
경기 방송 역시 ‘현장감’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됐다. 주관 방송사였던 ESPN은 (실제 관중석이 없었던 만큼) 카메라 30여 대를 경기장에 더 가깝게 설치해, 생동감을 높였다. 로봇 카메라도 처음 도입됐다. 파나소닉의 고화질 로봇 카메라는 경기장 사이드라인 레일을 따라 움직이며, 공을 잡은 선수를 쫓아다니며 촬영했다. 가상 관중의 목소리에 더해, 녹음해 둔 관중 소음도 섞어서 틀었다. 관중 함성을 조정하는 DJ까지 따로 뒀을 정도다. NBA 사무국의 차세대 TV 방송 책임자 세라 저커트는 “경기 환경은 완전히 달라졌지만, 최대한 기존 NBA 게임과 유사한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NBA의 지난 시즌 매출은 약 88억달러(약 10조원)로, 미국 4대 프로 스포츠 중 NFL(153억달러)과 MLB(104억달러)에 이은 3위다. 하지만 매출 성장 속도는 가장 높다. 전년 대비 성장률이 약 10%로 다른 스포츠 리그를 압도한다. 신우석 베인앤컴퍼니 파트너는 “NBA가 기존 운영 방식에만 안주했다면 e스포츠와 넷플릭스 등 다른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팬들을 빼앗겼을 것”이라며 “오히려 선제적으로 다른 영역에 진출하며 사업 모델을 발전시킨 덕분에 ‘파괴적 혁신’이 가능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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