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리더 RM이 코리아 소사이어티가 수여하는 밴플리트상 수상소감을 말하고있다./코리아 소사이어티

인기 K팝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중국에서 역사적 문제로 여론 공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이들을 광고모델로 삼고있는 한국 대표 기업들이 급하게 ‘방탄지우기'를 시작했다. 12일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BTS가 최근 수상소감에서 한국전쟁을 언급하며 중국 네티즌들의 공분을 산 뒤, 삼성전자 등 기업들이 이들과 관련된 제품을 온라인에서 삭제했다”고 보도했다.

◇한국전쟁 언급한 수상소감에 딴지거는 中

앞서 BTS는 지난 7일(현지시각) 미국 비영리단체 코리아 소사이어티가 수여하는 밴플리트상을 수상했다. 이 상은 한국전쟁 당시 미국 제8군 사령관으로 참전한 제임스 밴 플리트 장군을 기리는 것으로, 매년 한미관계에 크게 공헌한 인물 또는 단체에 주어진다. BTS는 이날 온라인으로 진행된 시상식에서 “올해는 한국전쟁 70주년으로, 양국이 함께 겪었던 고난의 역사와 많은 남성 및 여성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해야한다”고 말했다.

밴플리트상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는 방탄소년단. /코리아소사이어티 영상 캡처

하지만 중국의 일부 네티즌들은 수상소감 중 ‘양국이 겪었던 고난의 역사’라는 표현을 문제삼았다. 한국전쟁 당시 참전했던 중국 군인들의 희생을 무시하는 언사였다는 것이다. 중국 국민들은 한국전쟁을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맞서 싸우고, 조선을 돕는다)’의 역사로 배운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서 한 네티즌은 “중국인이 큰 희생을 하며 미국군을 막아줬는데, 어떻게 이를 무시할 수 있느냐”고 썼다.

◇삼성전자·현대차·휠라…BTS관련 내용 모두 지워

12일 삼성전자의 중국 공식 온라인몰(위)에서 BTS관련 제품 소개 페이지에 '페이지를 표시할 수 없습니다'라고 쓰여져 있다. 같은 시각 대만의 삼성전자 공식몰(아래)에서는 여전히 BTS관련 소개글이 노출되고 있다./삼성전자 공식몰 캡처

중국 온라인상에서 BTS의 수상소감과 관련된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지자, 지난 7월부터 갤럭시S20+의 BTS에디션을 현지에서 판매해온 삼성전자는 즉각 관련 페이지를 삭제하고 나섰다. 12일 삼성전자 중국 공식 온라인 쇼핑몰의 BTS제품 소개 페이지 url(웹사이트 주소)를 클릭하면, “페이지를 표시할 수 없습니다”라는 안내문이 뜬다. 삼성전자는 지역별로 공식 온라인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는데, 미국이나 일본, 대만, 영국, 프랑스, 호주 등 지에서는 여전히 BTS관련 제품 소개 페이지를 볼 수 있는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현지에서만 별도로 관련 페이지를 지웠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이와 함께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온라인쇼핑몰 ‘티몰’과 중국 2위 온라인쇼핑몰 ‘징둥닷컴’에 입점해있는 삼성전자 온라인 공식몰에서도 BTS관련 제품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측은 “중국 사업부에 내용을 확인하고 있으나, 현재로선 명확한 상황이 파악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12일 새벽(위) 현대차의 공식 웨이보 계정에서 방탄소년단을 검색하면, 지난 9월 2일 업로드된 아이오닉 광고 영상 및 여러개의 광고 이미지가 뜬다. 하지만 12일 오전 10시쯤(아래) 다시 검색한 결과 관련 내용이 모두 사라져 있다./현대자동차 웨이보 캡처

현대자동차와 휠라도 같은 움직임을 보였다. 현대자동차는 12일 새벽까지만 해도 공식 웨이보 계정에 방탄소년단을 내세운 광고 이미지와 영상이 있었다. 하지만 12일 오전에는 관련 내용이 모두 지워져 보이지 않는다. 의류브랜드 휠라 역시 지난해부터 방탄소년단의 사진과 광고 이미지 여러장을 업로드해왔지만, 지금은 관련 게시물을 지우거나 숨김처리해 검색에 노출되지 않도록 설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 6월과 7월에 올렸던 갤럭시S20+ BTS에디션 관련 게시글을 공식 웨이보에서 지웠다.

이와 관련해 중국 네티즌들은 “대처가 빠른 점에서 칭찬한다”며 “애국 앞에선 아이돌도 없다”고 말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웨이보에서 “삼성전자는 알고보면 중국기업이 아닌가? 이렇게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니 경외심이 날 지경”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 IT업계 고위임원은 “올해 초에도 삼성전자가 공식 홈페이지에서 중국과 홍콩을 별개의 지역으로 나눴다며 불매운동이 벌어진 적이 있다. 그 당시 삼성의 광고모델이었던 한국 K팝그룹 멤버 레이(장이싱)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끊어버리는 사태까지 벌어졌었다”며 “중국의 애국주의 논란에 엮이면 당장 매출에 타격이 올 수 있어 오늘 같은 대처를 벌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