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 진원의 네이버 웹툰 ‘체인지’가 기안84(본명 김희민·34)의 ‘복학왕’, 만화가 삭(본명 신중석)의 ‘헬퍼’에 이어 또 다시 여성혐오 논란에 휩싸였다. 미성년자 여성의 몸매를 과도하게 부각했고, 성관계를 연상케하는 표현이 포함됐다는 지적이 일자 작가는 사과하면서 작품 일부를 수정했다.

체인지는 2017년부터 2020년 7월까지 네이버 웹툰 플랫폼인 라인에 연재됐다. 한 남성이 번개를 맞고 생물학적으로 완전한 여자로 변한 뒤 일어나는 사건들을 담았다.

트위터 계정 웹미가 주장한 웹툰 '체인지' 내의 여성혐오적 표현. /트위터

웹툰 내 여성혐오를 제보받는 트위터 계정 ‘웹미’는 지난달 25일 “웹툰 ‘체인지’라는 작품에 대한 총공(총공격)을 진행한다”며 “시대착오적 성별 고정관념을 재생산하고 미성년자를 성적 대상화하는 웹툰 체인지를 네이버 추천완결작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이들은 “현재 (체인지)는 네이버 웹툰 앱 내 추천 완결작으로 선정돼 24시간마다 무료 감상할 수 있는 전체 연령가 작품으로 미성년자 유입이 높을 것”이라며 “이렇게 유입이 높을시 미성년자들의 왜곡된 (성) 고정관념을 불러올 수 있다”고 했다.

웹미 측은 글과 함께 네이버 고객센터로 해당 웹툰을 유해 게시물로 신고할 수 있는 방법을 올렸다.

◇"'과도한 몸매 부각' ‘성관계 연상 표현’ 여성 혐오적 표현"

트위터 계정 웹미 측이 주장하는 웹툰 '체인지' 내의 여성혐오적 표현. /트위터 웹미 계정.

웹미 측이 체인지가 미성년자를 성적 대상화하고, 성 고정관념을 고착화한다며 여성 혐오 작품이라고 비판했다. 웹미 측은 “웹툰 체인지가 (여성의) 몸매를 부각시키기 위한 과도한 광(光) 묘사와 의상 특성을 무시한 과도한 몸매 부각으로 여성의 몸을 왜곡시켰다”고 했다.

이들은 또한 “주인공이 남성일 때 방의 모습은 ‘운동기구로 가득찬 방’이라 묘사됐지만 여성이 된 주인공 방은 핑크빛 물건으로 가득 차 있는 모습이 등장했다”거나 “성인물에서 자주 쓰이는 연출을 통해 의도적으로 성관계를 연상케 했다”고 지적했다.

또 “여성의 신체를 보고 평가하는 것은 비판받아야 하는 일인데 자연스러운 장면으로 나온다”며 “실제 길거리에서 시선강간과 음담패설이 자주 일어나고 있음을 고려한다면 옳지 않은 연출”이라고 했다.

웹툰 '체인지'의 작가 진원이 공개한 사과문. /네이버웹툰

◇진원 “독자 불편함 죄송" 일부 장면 수정·삭제

진원 작가는 논란이 일자 사과문을 올렸다. 그는 웹툰 1화 시작 부분에 올린 사과문에서 “성전환을 소재로 다루면서 작품 속 여성 캐릭터를 세심하게 표현해야 하지만, 데뷔 작품에서 미숙한 표현으로 인해 독자님들께 불편함을 드리게 된 점 죄송하다”며 “지적해 주신 부분들을 유념하여 앞으로 더욱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이후 작가는 지적받았던 몸매 부각 장면들을 일부 수정하기도 했다.

◇ “표현 자유 인정해야” VS “혐오할 자유는 막아야”

네이버 웹툰 복학왕의 한 장면. 여성 직원이 귀여움을 내세워 회사에 입사한다는 표현이 담겨있다. /뉴시스

웹툰 여성혐오 논란은 ‘체인지’ 이전에도 있었다. 지난 8월 기안84의 인기 웹툰 ‘복학왕’은 ‘능력이 없는 여성 구직자가 귀여움을 무기로 입사’한다거나 ‘정규직으로 전환되기 위해 남성 상사에게 성(性) 상납을 한 것처럼 묘사’하는 연출로 논란이 됐다. 기안84는 이에 대해 “부적절한 묘사”라고 사과한 뒤 작품을 수정했지만 한동안 웹툰 연재 중단 요구가 지속됐다.

웹툰 '헬퍼' 에 등장하는 여중생이 괴한에게 납치돼 강간당할 위기에 처한 장면. /네이버웹툰

만화가 삭의 ‘헬퍼2:킬베로스’ 역시 남성이 여성을 강간하거나 강간미수에 그친 장면이 수차례 나오고, 여성 노인 캐릭터가 지나치게 잔인하게 고문 받는 장면들이 나오면서 여성혐오 논란이 일었다. 삭 역시 “능력이 부족해 연출적으로 미흡한 탓에 진심이 전달이 제대로 안 됐다”며 사과하고 웹툰 휴재를 선언했다.

지난 8월 19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웹툰 본사 앞에서 기본소득당 젠더정치특별위원회, 만화계성폭력대책위원회 등 회원들이 기안84 웹툰 '복학왕' 연재 중단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조선DB

인기 웹툰들이 연이어 여성혐오 논란에 휩싸이면서, 웹툰 작가들의 표현의 자유를 어디까지 보장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스타 웹툰 작가 주호민(39)씨는 지난달 “웹툰 검열이 진짜 심해졌다. 옛날에는 국가가 검열을 했다면 지금은 시민이, 독자가 한다. 시민 독재 시대가 열렸다”고 말했다. 이후 주씨는 “과장된 발언이었다”며 사과했지만 “대중들에 의한 검열이 심해진 것은 맞고 그래서 창작자들의 의욕이 꺾이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웹툰 플랫폼에도 옴부즈만 제도를 도입해 아동성애 등 사회적으로 용인되기 어려운 주제들에 대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현재 한국만화가협회 산하 웹툰자율규제위원회는 문제가 발생할 경우 웹툰에 대한 수정 등을 권고하고 있지만 강제성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