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중국 최대 온라인쇼핑몰 기업인 알리바바가 이날 프랑스 파리에 첫 오프라인 팝업스토어를 열었다고 보도했다. 지난 24일(현지시각)부터 26일 3일간 240㎡(약 73평) 크기의 매장에서 알리바바의 글로벌 온라인쇼핑몰인 ‘알리익스프레스’의 인기 제품 300여종을 판매한 것이다. 알리바바에 따르면 회사는 이번 팝업스토어를 테스트베드 삼아 프랑스와 스페인 등 유럽 시장에서 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이다. 미국이 중국의 대표 기술기업을 각종 제재로 옥죄는 가운데 알리바바는 오히려 글로벌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혁신기술 주도권을 두고 경쟁하는 미중의 갈등은 ‘신(新) 기술냉전’이라 불릴만큼 심화되고 있다. 미국은 중국 대표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반도체 공급망을 끊어버리며 사지로 몰고 있다. 텐센트가 운영하는 중국 국민 메신저인 위챗과 바이트댄스의 짧은 동영상 앱 틱톡은 미국 시장에서 퇴출 위기를 가까스로 모면하며 연명중이다. ZTE·화웨이 같은 하드웨어 기업부터 소프트웨어 기업인 텐센트와 중국이 배출한 최대 스타트업 유망주인 바이트댄스까지 미국의 융단폭격을 피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 대표 기술기업인 알리바바는 이례적으로 ‘무풍지대’로 남아 있다. 알리바바는 쇼핑몰 사업으로 큰 기업이지만, 이 회사를 단순 유통기업이라고 보는 사람은 없다. 클라우드·인공지능·로봇·반도체 분야에까지 진출하고 핀테크·자율주행을 비롯해 무인 매장, 무인 배송 등 각종 혁신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앞장서서 제재를 가해도 이상할게 없는 기업인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쏟아진 미국의 각종 대중(對中) 제재안에서 알리바바의 이름을 찾긴 어렵다. 알리바바가 화웨이·텐센트 등 기업과 달리 중국 공산당 정부와 거리를 두는 건 아니다. 알리바바 창업주인 마윈은 올 초 중국이 전세계로 코로나 진단키트와 마스크 등 의료용품을 보내며 ‘의료외교’를 했을 때 중국 정부에 가장 잘 협조한 기업인사 중 한 명이다. 그럼에도 미국이 알리바바에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알리바바가 휘청하면 미국 투자자들이 날벼락
중국 IT업계에서는 “알리바바가 미국 증시에 상장해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보호막”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실제로 제재를 가한 화웨이는 연매출 8588억 위안(2019년·약 147조 4600억원) 수준의 글로벌 대기업이지만, 비상장을 고집하며 지배 구조가 불분명한 회사다. 텐센트는 미국 증시 대신 홍콩 증시 상장을 선택했다. 바이트댄스는 아직 IPO(기업공개)를 하지않은 스타트업이다. 이들 기업이 타격을 입는다 해서 월가(街)의 투자자들이 함께 손실을 입을 일은 없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알리바바는 2014년 뉴욕증시에 상장한 기업이다. 당시 공모 금액 규모만 250억 달러(약 30조원)로 수년간 ‘최대 규모 IPO’ 타이틀을 유지하기도 했다. 뉴욕증시에서 알리바바의 시총은 25일 기준 7335억 달러(약 860조 3200억원)로 글로벌 5위다.
뉴욕에 상장한 만큼 알리바바의 주요 투자자는 미국 현지 기관과 미국인들이다. 지난해 11월 알리바바가 홍콩에 2차 상장을 하기 전 까진 중국인들도 자국 기업에 투자하기 위해선 미국 증권사를 통해야하는 실정이었다. 실제로 지난 13일 기준 뉴욕증시에서 알리바바의 주식 소유권의 지역별 분포를 보면 미국이 61.32%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 다음이 영국 15.47%, 캐나다 3.49%, 일본 2.66% 순이다. 알리바바의 주식을 소유하는 유형으로 봤을땐 투자자문회사, 해지펀드 매니저, 미국 국부펀드, 연기금, 은행 순으로 많이 사들인 것으로 나왔다. 미국 정부가 알리바바를 제재해 주가가 하락할 경우 미국 기관과 미국 투자자도 손실을 피하기 어려워진다.
실제 알리바바의 최대주주는 창업자 마윈이나 중국 투자자가 아니다. 중국 봉황망은 “알리바바의 최대 주주는 일본 소프트뱅크이며, 2020년 7월 2일 기준 지분 24.9%를 소유하고 있다”며 “마윈의 지분은 원래 6%대에서 최근 4.8%로 줄어들었다”고 보도했다. 소프트뱅크의 영향으로 홍콩증시에서조차 알리바바 주식 소유권 1위는 중국이 아닌 일본(49.77%)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알리바바와 비슷하게 미국의 제재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중국 인터넷 기업 바이두도 뉴욕증시에 상장해 있으며, 주식 소유권의 70.26%가 미국이다.
◇매출 90%가 중국…제재 실효성 없어
지난 2분기 알리바바의 매출은 1537억 위안(약 26조 4000억원), 순이익은 476억 위안(약 8조 1700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4%, 124% 크게 증가했다. 주요 수입원인 온라인쇼핑 사업이 코로나 반사이익을 얻었다. 이 기간 알리바바 전체 매출에서 87%가 타오바오·티몰 등 중국 내 온라인쇼핑몰과 오프라인 매장을 포함한 유통사업 수입이었다. 이 밖에는 알리바바가 최근 몇 년간 집중해서 키우고 있는 클라우드 매출이 8%, 미디어·엔터테인먼트가 4%, 혁신사업이 1%를 각각 차지했다.
중국 신랑재경은 “알리바바가 최근 클라우드 사업을 통해 해외 진출을 노리고 있으며, 이 부문은 미국의 제재에 취약할 수 있다”며 “하지만 아직은 내수기업의 성격이 강하다”고 평가했다. 화웨이나 틱톡처럼 해외 시장 의존도가 높지 않아 미국이 제재를 해도 심각한 타격을 입히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알리바바, “우리는 미국에서 돈 버는 기업 아냐”
다만 아직까지 끈끈해보이는 알리바바와 미국과의 관계는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지는 불분명하다. 미중 갈등이 지속되며 올초 알리바바의 대주주 중 하나였던 미국 알타바가 알리바바 지분을 모두 정리했다. 알타바는 야후가 인터넷 사업부문을 매각한고 남은 투자전문업체다. 알리바바는 미중 갈등의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해 말 홍콩 재상장이라는 이례적인 선택을 했고, 산하 핀테크 자회사인 앤트파이낸셜은 올 하반기 미국이 아닌 홍콩과 상하이 커촹반에 동시 상장할 계획이다.
여기에 알리바바가 향후 3년간 2000억 위안(약 34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클라우드 부문은 미중 갈등에 취약하다. 온라인쇼핑과 달리 글로벌 시장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분기 알리바바의 클라우드 부문 사업은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59% 급증하는 등 빠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30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알리바바 측은 2021년엔 클라우드 부문이 첫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만약 알리바바가 미국의 제재 영향권에 들어선다면, 이 같은 계획을 실현하는데 어려움이 따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장융 알리바바 CEO는 올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우리는 코로나 뿐 아니라 미국과 중국 사이의 긴장 고조에 직면해 있다”며 “알리바바의 상업 활동의 초점은 미국 브랜드와 판매업자, 중소기업, 농민들이 소비자들에게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돕는데 맞춰져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알리바바가 미국으로부터 돈을 버는 기업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