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회로기판(PCB) 제조업체 티엘비가 최근 1년간 주가가 4배 가까이 급등한 가운데, 대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했다. 회사는 생산 능력 확대를 위한 투자 목적이라고 밝혔다. 다만 일부 투자자들은 주가가 크게 오른 시점에 회사가 자금 조달에 나서면서 오버행(잠재적인 매도 물량) 우려가 커진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티엘비 로고./홈페이지 캡처

◇1년 새 주가 288.22% 급등…회사 측 “PCB 수요 증가 대응”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티엘비는 지난 10일 장 마감 뒤 1200억원 규모의 주주 배정 후 실권주 공모 방식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기존 주주에게 신주인수권을 먼저 부여한 후에, 청약하지 않은 남은 실권주를 일반 투자자에게 공개 청약하는 방식이다. 발행되는 신주는 207만3000주로 예정 발행가는 5만7900원이다. 회사는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시설 자금으로 1200억2670만원을 조달할 목적이다.

유상증자 직후 무상증자도 함께 진행한다. 유상증자 납입 이후인 7월 20일을 신주 배정 기준일로 설정해 보통주 1주당 1주의 비율로 신주를 무상 배정할 예정이다. 대규모 시설 투자로 인한 주주들의 청약 부담을 완화하고, 유통 주식 수를 늘려 거래 유동성을 확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문제는 티엘비의 주가가 최근 크게 올랐다는 점이다. 지난해 4월 11일 1만9190원이었던 주가는 이날 종가 기준 7만4500원까지 오르며 1년 새 288.22% 올랐다. 지난 9일에는 주가가 장중 8만4000원까지 오르며 1년 내 최고가를 경신했다.

회사는 이처럼 주가가 높은 시점일수록 동일한 금액을 보다 적은 주식 발행으로 조달할 수 있어 자금 조달 효율이 높아지는 측면이 있다. 다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존 주식 수가 늘어나 주당 가치가 희석될 수 있고, 현재 주가가 고점에 도달했다는 인식을 받을 수 있다.

회사 측은 이번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 전액을 베트남 현지법인(TLB VINA) 제2공장 신축과 해당 공장 내 설비 라인 구축 등에 사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토지 확보와 건물 신축, 기반 인프라 설치에 약 400억원을 투입하고 나머지 800억원은 주요 공정 설비 투자에 사용된다.

회사 관계자는 “AI 서버 수요 확대에 따른 고성능 메모리 모듈용 PCB의 급격한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생산 능력 확대가 시급한 상황”이라고며 “향후 영업현금흐름이 증대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주요 설비투자비 충당에는 부족할 것으로 판단해 이번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했다.

◇투자자들은 주가 고점 우려도…금융감독원 중점 심사 대상 여부에도 ‘주목’

일부 주주는 회사의 유상증자 발표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 주주는 소액 주주 플랫폼 액트에 “이번 유·무상증자 발표와 관련해서 소액 주주들이 대응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글을 올렸다. 또 다른 투자자도 종목 토론방 등에서 “주가가 최고가에 달한 시점에서 유상증자를 한다고 하니 생각할수록 화가 난다”고 날을 세웠다. 다만 한 투자자는 “돈을 갚는 게 아닌 시설 투자에 쓰인다고 하니 악재로만 볼 수는 없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그래픽=정서희

이번 티엘비의 유상증자가 금융감독원의 유상증자 중점 심사 대상이 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2월 중점 심사 대상이 되는 기업 유상증자에 대해 증자 비율과 할인율 등 7가지 선정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금감원의 중점 심사 대상이 되어 유상증자가 실제로 철회되거나 정정신고서를 요구하는 사례도 존재한다. 가장 최근에는 2조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한 한화솔루션에 금감원이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당시 금감원은 증권신고서 심사 결과 형식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거나 중요 사항에 관한 기재가 누락·불분명해 투자자의 합리적인 판단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개별 기업에 대한 중점 심사 여부에 대해서는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원칙적으로 공개하지 않는다”며 “정정신고서 요구에 대해서도 주가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자 장 마감 후에 요구 사실을 밝히고 있다”고 했다.

만약 유상증자에 대해 변동이 생긴다면 증권신고서에 기재된 효력 발생일인 이달 25일 전에 공지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