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가 4월 들어 미국 주식 시장에서 순매도로 돌아섰다. 올해 들어 미 증시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까지 1500원을 돌파하자, 환차익을 포함한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8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4월 1일부터 7일까지 미국 주식을 9억700만달러(약 1조3372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올해 들어 매달 감소세를 보이던 미국 주식 순매수 규모는 4월 들어 처음으로 순매도로 전환했다. 서학개미는 올해 1월 미국 주식을 50억200만달러, 2월 39억4900만달러, 3월 16억9100만달러 각각 순매수한 바 있다.
미국 증시가 올해 들어 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투자 심리가 약화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미국 대표 지수인 S&P 500은 올해 1월 1.72% 상승했지만 2월에는 -1.35%, 3월에는 -5.13%를 기록하며 약세 흐름을 보였다.
반면 국내 증시는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단기 투자 기회가 늘어 상대적인 매력도가 높아졌다는 평가다. 코스피 지수는 1월 23.97%, 2월 19.5%, 3월 -19%, 4월 8.7%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장보성 자본시장연구원 거시금융실장은 “한국 증시가 올해 들어 조정을 겪긴 했지만 미국 증시 흐름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국내 주식의 매력도가 높아졌다”며 “이런 환경에서는 미국 주식 비중을 추가로 늘릴 유인이 크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로 유입될 수 있는 대기 자금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4월(1~6일) 국내 투자자 예탁금 평균은 109조원으로 집계됐다. 3월에는 120조원, 2월 105조원, 1월에는 94조원을 기록했다.
높아진 원·달러 환율도 차익 실현 심리를 자극한 요인으로 꼽힌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3월 18일 처음으로 1500원을 넘어선 이후 중동 지역 지정학적 불확실성 속에서 1500원 안팎에서 등락을 이어가고 있다.
장 실장은 “통상 환율이 높은 시점에 미국 주식을 매도하면 달러 가치 상승에 따른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어 차익 실현 욕구가 커질 수 있다”며 “반대로 환율이 높은 상황에서 미국 주식을 매수할 경우 이후 환율이 하락하면 비싼 가격에 달러를 매입한 셈이 돼 투자 매력도가 낮아질 수 있다”고 했다.
서학개미가 4월 들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단기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iShares 0-3 Month Treasury Bond ETF (SGOV)로 나타났다. 이어 반도체 업종을 3배로 추종하는 Direxion Daily Semiconductor Bull 3X Shares (SOXL), Invesco QQQ Trust (QQQ), Vanguard S&P 500 ETF (VOO) 등 지수 추종형 ETF도 순매수 상위에 올랐다.
다만 이번 순매도 규모는 전체 투자 규모에 비하면 제한적인 수준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유액은 1556억달러(약 233조원) 수준으로, 이번 순매도 금액은 전체의 약 0.6% 수준에 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