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쉴더스 사이버보안 관제센터 ‘시큐디움(Secudium)’. /SK쉴더스 제공

이 기사는 2026년 4월 07일 16시 23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EQT파트너스가 SK쉴더스 엑시트(투자금 회수) 전략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최근 시장에서 거론된 사이버보안(정보보안) 분리 매각 방안은 사실상 접은 것으로 파악됐는데, 그 배경에는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 수준) 부담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SK쉴더스를 약 5조원에 인수할 당시 전체 기업가치를 떠받친 핵심 논리였던 사이버보안 사업을 떼어낼 경우, 남는 물리보안 사업의 가격 부담이 그대로 부각된다는 것이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EQT파트너스는 SK쉴더스의 사이버보안 사업부 분리매각을 추진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분할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세금 문제도 부담이지만, 근본적으로는 분리 이후 남게 될 사업의 가치를 설명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 분리매각 포기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진다.

EQT는 지난 2023년 SK쉴더스 경영권 지분 68%를 인수했다. 이때 SK쉴더스는 전체 주식 가격과 순차입금 2조원을 더해 약 5조원 수준의 기업가치(EV)를 인정받았다.

당시 시장에서는 SK쉴더스의 몸값이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2022년 상각전 영업이익(EBITDA)이 4152억원에 불과했는데, 여기에 12배를 적용해야 5조원의 EV가 산출되기 때문이었다. 이는 SK쉴더스가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때 제시했던 EV/EBITDA(약 16배)에 비하면 낮지만, 비교 기업인 에스원의 EV/EBITDA(5~6배)와 비교하면 지나치게 높다.

심지어 에스원은 업계 1위 기업으로, 프리미엄을 받는다면 오히려 에스원이 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이에 대해 SK쉴더스는 회사가 전통적인 물리보안뿐 아니라 사이버보안 사업을 하고 있다고 맞섰다.

사이버보안은 글로벌 시장에서 물리보안에 비해 높은 밸류에이션을 인정받는 분야다. 이익이 나는 비상장사 기준으로는 EV/EBITDA가 약 9~13배에 육박한다. 상장사 중에는 고성장 소프트웨어 기업이 다수 포함돼 있어, EBITDA 배수가 약 10배 후반에서 수십배에 달한다. 사이버보안 기업 가치 측정 때는 매출액 대비 가치 비율(EV/Revenue)을 활용하기도 하는데, 최근 액센츄어가 인수한 호주 사이버보안 기업 사이버CX의 매각가는 연 매출의 약 2.6배 수준으로 알려졌다.

EQT가 SK쉴더스 인수 당시 약 5조원의 기업가치를 받아들일 수 있었던 배경에도 이 같은 논리가 깔려 있었다. 단순 물리보안 업체가 아니라 사이버보안 역량을 갖춘 보안 플랫폼 기업이라는 점이 높은 인수가를 정당화하는 근거로 작용한 것이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이버보안 사업이 전체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의 상당 부분을 설명해주는 역할을 했으며, 이 때문에 물리보안 역시 덩달아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사이버보안 부문을 따로 떼어 매각할 경우에 발생한다. IB 업계 관계자는 “사이버보안을 먼저 떼어 팔 경우, 시장에서는 EQT가 결국 남은 물리보안 사업에 얼마의 가치를 부여한 셈인지 따져보게 된다”며 “현재 사업 구조와 수익성만 놓고 보면 그 가격을 인정해주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 따르면 전통적인 물리보안 업체들은 4~8배 안팎의 EV/EBITDA를 인정받는 게 일반적이다.

전통적인 물리보안 사업은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는 있지만 성장성 측면에서는 사이버보안과 같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결국 EQT 입장에서는 사이버보안만 먼저 떼어내는 방식이 오히려 시장의 의문만 키울 수 있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EQT의 이번 판단이 결국 엑시트 전략의 제약을 드러낸다고 본다. 금리 부담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5조원 안팎의 거래를 한 번에 소화할 원매자를 찾는 일은 더욱 어려운 만큼, 분리매각도 통매각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분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