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사가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 선점을 위해 합종연횡에 속도를 내고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방안이 담긴 가상 자산 2단계법(디지털자산기본법)이 발의되기 전에 주도권을 잡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신한지주·하나금융지주와 KB금융이 양강 구도를 이루고 있는데, 우리금융지주가 어느 쪽에 합류할 지가 변수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가상 자산 2단계법에는 은행권이 최소 51%로 참여한 컨소시엄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가 돼야 한다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이에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사는 여러 기업과 협업하며 관련 기술과 인프라를 확보해나가고 있다.

서울 시내에 설치된 4대 시중은행 ATM 기기./뉴스1

신한·하나금융은 진옥동 회장과 함영주 회장이 직접 스테이블코인 관련 논의를 했을 정도로 협력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말 두나무, 올해 초 BNK금융지주·iM금융지주·SC제일은행·OK저축은행 등과 업무협약(MOU)을 맺으며 기반을 닦아왔다.

두 회장은 스테이블코인을 이용한 결제 인프라 확보를 위해 삼성과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금융지주가 준비금을 마련해 발행한 스테이블코인이 삼성페이를 통해 각종 결제에 쓰이는 그림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한·하나금융이 가장 저돌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삼성과 연합하면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영향력이 막강할 것”이라고 했다.

KB금융은 국내에선 토스, 해외에선 써클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토스와는 작년 하반기부터 스테이블코인 관련 협력을 논의 중이고, 써클과는 지난해 스테이블코인 발행·관리 플랫폼인 ‘써클 민트’를 기반으로 기술 검증(PoC)을 진행했다. 이달 13일 방한하는 써클 창업자 및 최고경영자(CEO) 제레미 얼레어와 KB금융 경영진이 회담을 가지는 일정도 잡혀있다.

우리금융은 이러한 양강 구도의 변수로 꼽힌다. 앞서 우리금융 측은 임종룡 회장의 연임을 앞두고 “임 회장은 AI·스테이블코인 시대를 체계적으로 대비해 확고한 시장 선도적 지위 선점에 역할을 할 적임자”라고 밝히기도 했다. 우리금융은 우리은행이 출시할 예정인 자체 티켓 예매 플랫폼 ‘투더문’에 원화 스테이블코인 결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우리금융이 지분 약 9%를 가진 케이뱅크와의 협력 가능성도 예상된다. 최우형 케이뱅크 행장은 “몇몇 시중은행과 스테이블코인 협력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어느 쪽에 붙느냐에 따라 원화 스테이블코인 주도권 구도가 2강 체제가 될지, 아예 1강 체제로 기울어질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