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1분기 영업이익 57조원이라는 역대급 실적을 발표했다. 한 분기 만에 과거 반도체 ‘수퍼 사이클’이었던 2018년 연간 영업이익(58조9000억원)에 육박하는 수준의 이익을 거둔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 속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삼성전자의 실적 상승 사이클이 아직 초입 단계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주가가 최대 36만원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삼성전자./ 뉴스1 제공

삼성전자는 이날 1분기 잠정 실적을 통해 매출 133조원, 영업이익 57조2000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68.06%, 영업이익은 755.01% 증가한 수치다. 국내 기업이 단일 분기에 50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은 처음이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실적 발표를 전후로 목표 주가를 대폭 상향 조정하고 있다. KB증권은 삼성전자 목표 주가를 기존 32만원에서 36만원으로, 한국투자증권은 27만원에서 33만원으로 상향했다. iM증권도 28만원 목표 주가를 신규 제시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지금과는 대조적으로, 지난해 초 증권가에서는 주가 3만원대를 걱정해야 할 만큼 삼성전자에 대해 깊은 비관론에 휩싸이기도 했다.

목표 주가 상향의 핵심 근거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에 따른 실적 개선이다. KB증권은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 영업이익을 약 316조원으로 추정하며 올해 전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약 8배 증가한 327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투자증권도 올해 영업이익을 약 302조원으로 내다봤다.

메모리 가격 상승세도 가파르다. KB증권은 삼성전자 D램 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250%, 낸드 가격은 187%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1분기 메모리 가격은 예상치를 웃돌았고 상승 흐름은 2분기에도 이어지며 하반기로 갈수록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맥쿼리증권도 “범용 D램과 낸드의 가격은 올해 1분기 두 배 상승할 전망”이라며 연중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 모멘텀(상승 여력)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맥쿼리는 지난 2월 삼성전자 목표 주가를 34만원으로 제시했다.

증권가에서는 이 같은 실적 성장세가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와 맞물리며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김 연구원은 “추론 AI에 필수적인 메모리 탑재량 증가 추세는 향후 수년간 이어질 전망”이라며 “연간 1000조원을 넘는 AI 인프라 투자 확대도 메모리 수요를 구조적으로 견인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삼성전자가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들과 장기 공급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실적 안정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주요 하이퍼스케일러 고객사와 장기 공급 계약을 앞두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강력한 실적이 중장기로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삼성전자를 비롯한 메모리 제조사와 빅테크 간의 3년 이상 장기 공급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며 “빅테크 고객사들은 가격 협의보다 물량 확보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계약하고 있다”고 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메모리 호황이 과거 반도체 수퍼사이클과는 다른 구조적 성격을 띤다는 평가도 나온다. 과거에는 빅테크 기업들의 일시적인 D램 수요 증가가 실적을 좌우했다면, 현재는 AI 산업 확산에 따른 구조적 수요 증가 속에서 공급 부족이 이어지며 메모리 업체들의 가격 협상력이 크게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2018년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증설 경쟁 등으로 D램 수요가 증가하며 반도체 수퍼 사이클을 맞았다. 당시 삼성전자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약 58조9000억원을 기록했으나, 이듬해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줄며 삼성전자의 실적도 급격히 악화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