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정학적 리스크로 지난달부터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주말 사이 예탁금 추가 예치를 권고하는 증권사까지 등장했다. 주말 간 누적된 리스크가 월요일 개장 직후 한꺼번에 반영되며 급등락이 반복되는 패턴이 고착화됐기 때문이다.

이에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금요일마다 대기 자금을 늘려 주말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중동 분쟁 불확실성이 고조되며 증시가 급락한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증시 종가가 표시되어 있다. /뉴스1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3일 해외선물옵션 투자자들에게 주말 중 발생할 수 있는 시장 급변동에 유의하고 예탁금을 추가 예치하라고 공지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주말 동안 포지션을 보유하는 경우 시장 급변동으로 월요일 시가가 금요일 종가와 큰 차이(갭)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로 인한 강제청산이 이뤄질 수 있으니, 예탁금을 추가 예치해 강제청산 및 미수금 발생을 사전에 예방하길 바란다”고 안내했다.

실제로 중동 전쟁 이후 주말 다음 거래일에는 증시가 급락하는 흐름이 반복됐다. 삼일절 대체 휴일 이후 열린 지난달 3일 코스피 지수가 7% 폭락한 것을 시작으로, 3월 네 번의 월요일 중 세 번(9일 -6.0%, 23일 -6.5%, 30일 -3.0%) 하락 마감했다. 전쟁 이후 발생한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 5차례 가운데 3차례도 주말 직후 거래일에 집중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말마다 이란에 무조건 항복을 요구하거나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압박하며 발전소 파괴 등 강경 발언을 쏟아낸 점이 지정학적 긴장을 고조시켰다. 여기에 이스라엘의 이란 제철소 공격 등 실질적인 군사 충돌까지 더해지며 시장 불안을 자극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의 자금 운용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3월 후반 들어 금요일마다 증시 대기 자금을 늘리는 흐름이 뚜렷해진 것이다. 실제 2월 둘째 주부터 5주 연속 금요일마다 감소했던 예탁금은 3월 셋째 주부터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달 20일과 27일에는 예탁금이 각각 5조원, 1조3000억원 늘며 공격적인 투자 대신 현금 비중을 확대해 주말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움직임이 확인됐다.

매수세도 위축됐다. 지난달 첫째 주를 제외하면 금요일마다 순매수 규모가 전일 대비 감소했다. 감소 폭도 13일 4200억원, 20일 8000억원, 27일 1조1100억원으로 점차 확대됐다.

지난 2일에는 트럼프 미 대통령의 “이란을 석기시대로 돌려놓겠다”는 발언에도 개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1조80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지만, 다음 날인 3일 금요일에는 순매도(1조7000억원)로 전환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중동 전쟁 이후 미국 증시도 주 후반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주말 사이 발생할 수 있는 악재에 대한 경계 심리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