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여파로 회사채 금리가 상승하는 가운데 기업의 주요 자금 조달 창구인 회사채 발행이 올해 1분기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주식시장 활황에 힘입어 유상증자나 교환사채(EB) 발행 등 주식 연계 조달은 오히려 활기를 띠는 모습이다.

그래픽=정서희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회사채 발행액은 36조4573억원으로 전년 동기(45조4184억원) 대비 약 19.7% 감소했다. 지난해 연간 회사채 발행액은 129조3355억원으로 집계됐다.

회사채 발행액은 최근 3년간 증가세를 이어왔지만 올해 들어 감소세로 전환했다. 회사채 발행액은 2022년 76조7492억원, 2023년 89조3771억원, 2024년 120조9125억원, 2025년 129조3355억원으로 3년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회사채 발행이 줄어든 배경으로는 높아진 금리가 꼽힌다. 정화영 자본시장연구원 채권연구센터장은 “발행자 입장에서는 중동 전쟁 영향으로 회사채 발행금리의 기준이 되는 국고채 금리가 하루에도 큰 폭으로 변동해 부담이 커진 상황”이라며 “투자자 역시 금리 상승이 이어질 경우 채권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채 금리는 미국·이스라엘 전쟁 이후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3일 회사채(무보증 3년물) AA- 금리는 4.197%로 약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지난 3일 기준 4.093% 수준으로 소폭 하락했다.

그래픽=정서희

주식시장 활황으로 채권 조달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낮아진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한 경제학과 교수는 “주식시장이 활황을 이어가면서 기업들이 비교적 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환경이 형성됐다”며 “이로 인해 회사채 발행 수요가 줄어든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기업들의 주식 기반 자금 조달은 늘어나는 모습이다. 한화솔루션은 유상증자를 통해 2조4000억원을 조달하기로 했고, HD한국조선해양은 자회사 HD현대중공업 주식을 기초 자산으로 한 3조원 규모의 EB를 발행했다.

고금리 환경에서 발행 비용을 낮출 수 있고 부채 부담을 상대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들이 유상증자나 EB 발행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상증자는 주주들에게서 직접 현금을 확보할 수 있고, EB 발행은 주식 교환권을 제공하는 대신 시장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일례로 이번 HD한국조선해양의 EB는 표면 이자율과 만기 이자율이 모두 0%로 설정됐다. 같은 규모를 연 4% 수준의 회사채로 조달할 경우 단순 계산 기준 연간 약 1200억원의 이자 비용이 발생한다. 5년 만기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약 6000억원의 금융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셈이다.

주가수익스왑(PRS) 계약을 통해 자금 조달에 나서는 사례도 포착된다. 앞서 2월 SK는 자회사 SK바이오팜의 지분 13.9%를 PRS 계약을 통해 1조2500억원을 모집했다. PRS는 보유 주식을 활용해 현금을 확보하고, 해당 주식의 가격 변동에 따른 수익을 금융회사와 교환하는 파생상품 게약으로, 부채비율에 가산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이러한 주식 기반 자금 조달은 기존 주주의 지분 가치를 희석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 요인으로 지적된다. 실제로 한화솔루션의 유상증자와 HD한국조선해양의 EB 발행 소식이 전해진 이후 해당 종목들은 주식시장에서 급락했다.

자본시장 관계자는 “주식 기반 자금 조달은 금융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시장에서는 주주 가치 훼손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며 “기업 상황에 맞는 자금 조달 방식 선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