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설 이후 중동 전쟁 종전 기대감이 빠르게 약화되며 국제 유가가 급등하자, 원유 선물을 기초자산으로 추종하는 상장지수채권(ETN·Exchange Traded Note) 상품들의 괴리율이 10% 이상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괴리율은 상품의 실제 가치와 지표가치(IV)의 차이를 일컫는 말로, 괴리율이 커지면 해당 상품이 실제 가치보다 싸거나 비싸게 거래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괴리율은 통상 ±1%만 초과해도 상품 가격이 기초자산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3월 25일~4월 2일) 거래대금이 많았던 상위 10개 원유 ETN 상품들의 전날(2일) 평균 괴리율 변동폭은 약 14%포인트(p)로 나타났다. 이 중 괴리율 변동폭이 10%p를 넘어선 ETN이 절반 이상이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후 전쟁 장기화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 유가가 급등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2~3주 동안 이란에 극도로 강력한 타격을 이어가겠다”고 밝히자 국제 유가는 배럴당 111달러까지 치솟으며 11% 넘게 상승했다.
특히 유가 하락에 베팅하는 원유 인버스 ETN의 괴리율은 대부분 양수(+)에서 음수(-)로 급변했다. 이는 ETN 상품의 시장 가격이 실제가치(NAV)보다 싸게 판매되고 있다는 뜻으로, 유가가 급등하자 유가 하락에 투자하는 인버스 상품에 대한 매도가 쏠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 중 괴리율 변동 폭이 가장 컸던 상품은 ‘미래에셋 인버스 2X 원유선물혼합 ETN(H)’로 하루 사이 괴리율이 5.35%에서 -12.63%로 17.98%p 감소했다. ‘신한 블룸버그 인버스2X WTI원유선물 ETN B’ 괴리율도 1일 6.22%에서 전날 -11.02%로 17.24%p 급변했다.
반대로 유가 상승을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들의 괴리율은 급격히 양(+)의 상태로 돌아섰다. 최근 일주일 거래 대금이 가장 많았던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의 괴리율은 1일 -3.95%에서 전날 12.11%로 16.06%p 급증했다.
전날 거래 대금 상위 10개 상품 중 괴리율이 ±1% 이내 수준이었던 상품은 ‘메리츠 인버스 2X 원유선물혼합 ETN(H)’ 한 품목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원유 ETN의 괴리율 확대 배경으로 원유 자체의 높은 변동성과 원자재 선물 시장과 국내 증시 간 거래 시간 차이를 꼽는다.
박우열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원유 선물 상품 같은 경우는 원자재 시장이 우리나라 장 시간과 다르게 열리고 닫히다 보니 정확하게 추적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기초 자산 가격이 30% 넘게 오르고 내리는 등 원유 자체의 변동성도 워낙 크다 보니 괴리율이 크게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괴리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유동성 공급자(LP)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연구원은 “상품 자체의 시가총액과 유동성이 큰 종목일수록 괴리율을 맞추기 쉬운데, 원유 ETN은 시가총액이 작은 상황에서 이란 전쟁으로 갑자기 관심을 받다 보니 괴리율이 급격히 벌어졌다”며 “괴리율을 줄이고자 하면 상품의 유동성 공급자가 많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