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사태로 주식시장이 널뛰기 장세를 연출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주식 투자자들은 천당과 지옥을 오가고 있다. 하지만 전문 투자자들은 이런 변동성을 오히려 큰돈을 버는 기회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그들이 이상형으로 삼고 있는 사람은 약 100년 전인 1929년 미국 대공황 시절에 맹활약한 전설적 투자자 제시 리버모어(1877~1940)이다.

1929년 대공황 시절 큰돈을 벌었던 전설적인 투자자 제시 리버모어. 그는 기업분석보다는 주가의 흐름을 빠르게 쫓아가는데 치중하는 '모멘텀 투자법'의 창시자로 꼽힌다./위키피디아

리버모어는 15세에 주식 투자를 시작해 63세에 생을 마칠 때까지 평생 주식 투자만 했다. 가끔 기업 경영 등 실물 부문에 외도를 했으나 거의 대부분 실패했다. 그는 어떻게 전설적인 투자자가 됐을까?

리버모어가 스타가 된 것은 1929년 당시 강세장이 약세장으로 바뀌는 타이밍을 잘 포착해 대규모 주식 공매도로 큰 수익을 올렸기 때문이다. 공매도는 주가가 비쌀 때 주식을 빌려서 판 다음 주가가 하락하면 주식을 사서 되갚는 방식이다.

그는 남들이 빈털터리가 되어 눈물 흘릴 때 당시 1억달러의 천문학적 수익을 올리며 ‘위대한 곰(약세장)’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당대 최고의 금융인인 존 P. 모건이 “주가 안정을 위해 공매도를 자제해 달라”고 리버모어에게 부탁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주가의 방향이 중요

리버모어는 어떤 투자 기법을 썼을까? 그는 먼저 변동성이 크고 거래량이 많은 주식(혹은 투자상품)을 골랐다. 그리고 주가가 움직이는 방향이 바뀔 때 목표 투자금의 일부를 투입한 뒤 방향이 자기 예상대로 움직이는지 지켜봤다. 그리고 예상 방향으로 움직이면 나머지 자금을 두세 차례 나눠 넣었다. 방향이 맞지 않으면 10% 정도 손실이 발생할 때 매도했다. 주가가 오를 땐 주식을 사고 하락할 땐 공매도했다.

그는 세력이 강한 업종에서 강한 기업의 주식을 골라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또 모든 돈을 쏟아붓지 말고 여유 자금을 좀 갖고 있어야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군인에게 총알이 생명이듯이 투자자에게는 현금이 생명이라고 말했다. 리버모어는 또 어떤 주식을 살 만한지 아는 것만큼 어떤 주식을 피할지 아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리버모어는 대공황 시절에 대규모 공매도로 큰 돈을 벌어 월스트리트에서 '위대한 곰'으로 불렸다. 사진은 지난 4월 2일 뉴욕증권거래소 내부 모습./AFP 연합뉴스

리버모어는 큰돈을 벌려면 단타보다는 장기 흐름을 잘 타야 한다고 말했다. 어떤 주식을 선택했으면 그 주식이 저점을 지나 상승세로 돌아서는 타이밍을 잘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식을 쌓고, 때가 올 때까지 참고 기다리며, 항상 침착해야 투자에 성공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주식 투자를 할 때에는 전사가 전쟁터에 나가는 자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일 일정 시간 동안 주식 연구에 전념해야 하고, 본인도 매일 아침마다 신문의 1단 기사까지 챙겨 읽었다. 남들이 보지 않는 작은 1단짜리 기사에서 투자의 단서를 찾는 경우가 많았다. 투자할 때에는 냉정하고 정확한 판단을 하기 위해 강한 체력과 온전한 정신을 항상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현금 다발 만지며 현실감 키우다

리버모어는 매일 숫자만 다루는 주식 투자에 대해 현실감을 갖기 위해 매년 연말이 되면 은행에 찾아가 현금 다발을 찾은 뒤 직접 만져봤다. 또 최고급 물품들을 대규모 쇼핑하면서 자기 재산의 규모에 대한 현실감을 되살리곤 했다.

리버모어는 숫자로 움직이는 주식 투자의 현실감을 키우기 위해 은행에서 달러 현금을 찾아 만져보기도 했다. 사진은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는 모습. /뉴스1

그는 인간의 본성은 변하지 않기에 주식시장의 역사는 반복된다고 생각했다. 그에게 개별 기업의 내재 가치는 중요하지 않았다. 개별 기업의 주식은 투자자가 시장의 거대한 자금 흐름을 쫓아가며 투자 이익을 내는 매개 수단에 불과했다. 따라서 개별 기업 분석보다는 투자자의 심리를 잘 읽고 시장의 자금 흐름을 잘 따라가는 것이 성공의 핵심 요소라고 봤다. 이러한 점에서 그는 모멘텀 투자의 창시자로 불린다.

리버모어는 모멘텀 투자로 작은 돈을 큰돈으로 불리는 데 귀재였다. 여러 번 파산했으나 오뚝이처럼 재기했다. 매일 맨해튼 사무실로 출근했지만 투자 업무에만 전념하며 대외 활동은 즐기지 않았다. 하지만 하루하루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결국 63세 때 더 이상의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맨해튼의 호텔에서 권총으로 생을 마감했다. 아내에게 “나는 이제 지쳤소. 더 이상 버틸 수 없소”라는 유서를 남겼다.

일반 투자자는 조심해야

리버모어는 주식 투자로 큰돈을 벌었지만 매일 시장의 흐름을 추적해야 했기 때문에 삶이 매우 고달팠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전업 투자자가 아닌 경우에는 개별기업의 내재가치를 중시하는 가치 투자나 인덱스 펀드 투자를 하는 것이 더 낫다고 권한다. 지금처럼 금융시장에 자금이 광적으로 유입될 때에는 리버모어의 투자 기법이 유효하긴 하지만, 투자자의 심리 변화와 섬세한 투자 기술을 습득한 소수만이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