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에쿼티파트너스 로고.

이 기사는 2026년 4월 01일 15시 59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PE) 등 재무적 투자자(FI)들의 라인게임즈 지분율이 급감했다. 엑시트 난항 속 라인게임즈가 단행한 ‘1주당 150주 배정’이라는 대규모 주주 배정 유상증자를 FI들이 외면하면서다. 증자 전 21%를 웃돌던 2대 주주 앵커PE의 지분율이 한 자릿수 이하가 됐을 수도 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라인게임즈 모회사인 라인야후의 카카오게임즈 인수로 거론됐던 ‘합병·우회상장 후 엑시트’ 시나리오도 현시점에서는 동력을 상실했다. 지분율이 크게 희석된 탓에 합병이 성사되더라도 손에 쥐게 될 지분이 미미해 회수 실익이 낮아질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선 앵커PE가 라인게임즈를 ‘회수 불능’으로 분류하고 손절 수순에 들어갔다고 보고 있다.

이번 대규모 유상증자는 액면가(500원)에 실시돼 만약 라인게임즈의 정상화를 믿는다면 참여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그럼에도 대부분 FI가 불참한 것은 각사가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보다, 손실을 확정하고 처분하는데 더 집중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라인게임즈 CI.

1일 투자은행(IB) 업계와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앵커PE, 텐센트, LGM인베스트먼트 등 라인게임즈 FI들의 지분(우선주, 개인 주주 포함)은 최근 53.1%에서 15.88%로 37.22%포인트 감소했다. 현재 라인게임즈 FI 전체 지분은 앞서 앵커PE가 특수목적법인(SPC) 룽코엔터테인먼트를 활용해 홀로 보유했던 지분(21.42%)에도 못 미친다.

라인게임즈 최대주주인 Z인터미티어트글로벌(Z Intermediate Global)의 지분은 크게 늘었다. 라인야후 중간 지주회사인 Z인터미티어트글로벌의 라인게임즈 지분은 35.66%에서 83.83%로 급증했다. 라인게임즈 자기주식 6만9048주 제외 시 Z인터미티어트글로벌의 지분은 84%를 넘는 수준으로, 사실상 단일 지배 체제를 구축했다. 유상증자 한번으로 FI들의 입김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라인게임즈의 주주배정 유상증자가 발단이 됐다. 2017년 일본 라인(LINE Corporation)이 100% 출자해 설립한 라인게임즈는 제로게임즈, 우주, 모티프 등을 잇따라 사들이며 확장에 나섰으나, 흥행작 발굴에 실패하며 적자 지속, 유동성 악화에 빠졌다. 결국 지난 2월 발행 가능 주식을 모두 주주에게 배정하는 대규모 유상증자를 택했다.

FI들은 대부분 라인게임즈의 유상증자를 외면했다. 라인게임즈는 409억원 조달을 목표로 발행 주식 총수(61만4725주)보다 133배로 많은 8185만1550주를 액면가에 발행하기로 했지만, 발행된 주식은 2350만3500주에 그쳤다. 무려 5834만8050주가 주주들에게 선택받지 못하고 실권된 셈으로, 조달 규모도 117억원 수준에 머물렀다.

신규 발행 주식 2350만3500주의 약 85%인 2000만주를 Z인터미티어트글로벌이 책임졌다. 특히 Z인터미티어트글로벌은 라인게임즈 FI 등에 100억원을 투자할 방침을 확정했다면서 지분 희석을 막기 위해 추가 자금을 넣어달라고 요청했지만, Z인터미티어트글로벌 외 기타 주주의 신주 인수 총액은 17억원 수준에 그쳤다.

2018년 1250억원을 투자, 지분 21.42%를 확보한 핵심 FI인 앵커PE조차 신주 인수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앵커PE가 라인게임즈 지분을 유지하기 위해 투입해야 했던 자금은 약 60억원이었다. 앵커PE가 Z인터미티어트글로벌을 제외한 나머지 배정 물량(350만3500주)을 모두 인수했다고 가정해도 지분율은 15%대로 낮아진다.

1주당 150주라는 파격적인 배정 방침과 액면가 발행이라는 유리한 조건에도 수년간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추가 자금을 투입하는 게 FI들에 부담이 됐을 것으로 풀이된다. 라인게임즈는 2017년 설립 이후 연간 적자가 이어지며 2024년 말 기준 결손금이 약 3021억원에 달하는 완전 자본 잠식 상태로 파악됐다.

사진은 경기 성남 분당구 카카오게임즈 본사. ⓒ 뉴스1 안은나 기자

라인야후의 카카오게임즈 인수로 주목받았던 합병 엑시트 길도 무색해졌다. 당초 시장에선 라인야후의 카카오게임즈 인수를 두고 라인게임즈 FI들의 엑시트 창구를 열어주려는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카카오게임즈를 라인게임즈와 합병시키거나 주식 스왑(교환)을 진행하는 방식이었지만, 지분 희석으로 확보 가능 지분이 극소량에 불과해졌다.

일각에선 FI들이 라인게임즈 투자 건을 실패한 딜(Deal)로 분류하고, 손실 처리 수순에 들어갔다는 평가마저 내놓고 있다. 자본잠식 상태인 기업의 지분율이 이 정도로 희석되면, 보통 회계연도 말에 해당 자산의 장부가액을 대폭 깎아내는 ‘손상차손’을 반영한다. 출자자들에게 ‘이 투자는 사실상 마이너스다’라고 고백하는 셈인 것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앵커PE 등 FI에게 남은 카드는 진행 중인 2000억원대 소송에서 승소해 원금과 이자를 받아내거나, 라인게임즈가 기적적으로 흑자 전환하여 기업가치가 폭등할 때까지 무기한 기다리는 것뿐”이라면서 “그나마 상환전환우선주로 투자해 리픽싱 권한을 가진 투자자는 지분 희석이 제한적인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앵커PE는 라인야후를 상대로 투자금을 돌려달라는 주식매매대금 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다. 라인게임즈가 경업 금지 조항을 어겨 자사에 피해를 준 만큼 풋옵션(정해진 가격에 주식 등 자산을 팔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해 투자 원금과 이자를 돌려받겠다는 게 골자로, 2심이 진행 중이다. 1심에선 원고인 앵커PE가 패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