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5000선이 간신히 지켜졌으나 지수는 4%대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외국인이 하루 만에 3조8000억원을 던지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미국발 종전 낙관론에도 국내 증시의 펀더멘털 불확실성이 커지며 반등 동력을 상실했다는 분석이다.
31일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224.84포인트(4.26%) 하락한 5052.46으로 장을 마쳤다.
전 거래일보다 133.55포인트(2.53%) 하락한 5143.75에 출발한 코스피 지수는 오전 중 4%대 급락하며 5100선이 무너졌었다. 이후 다시 낙폭을 줄이며 5190선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결국 외국인의 투매를 이기지는 못했다.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조 단위 투매를 9일째 이어갔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3조8000억원 넘게 순매도했다. 개인과 기관이 각각 2조4000억원, 1조원 넘게 사들였지만 역부족이었다.
미국의 조기 종전 시그널에도 한국 증시는 냉담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없이도 전쟁을 끝낼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개전 이후 6주 내에 이란을 떠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국제 유가가 꺾이고 일본(1.58% 하락)과 중화권 증시가 낙폭을 축소하며 안정세를 찾은 것과 달리, 코스피만 4%대 급락세를 이어가며 대조적인 행보를 보였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전쟁 종결 가능성은 증시에 긍정적이지만 전쟁 비용이 아시아에 전가되는 방식으로 새로운 리스크가 형성될 우려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풀지 않은 채 철군할 경우, 이란의 해협 장악과 통행료 징수 현실화로 걸프만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글로벌 달러 인덱스는 하락세로 돌아섰음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은 이날 장중 1530원을 돌파하며 독자적인 약세를 보였다.
여기에 ‘터보퀀트 쇼크’ 재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도 급락했다. 구글 리서치가 발표한 터보퀀트는 메모리 사용량을 6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는 기술이다. 이에 인공지능(AI) 투자나 메모리 반도체 수요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초 터보퀀트 여파가 일시적일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으나, 간밤 미국 증시에서 마이크론과 샌디스크는 각각 9.88%, 7.04% 폭락했다. 인공지능(AI) 및 반도체 관련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4.23% 급락했으며, 지수를 구성하는 30개 전 종목이 하락 마감했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은 2월 국내 전기차 판매 호조와 중동발 에너지저장장치(ESS) 중요도가 부각되면서 현대차를 제치고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3위에 올랐다.
코스닥 지수는 전날보다 4.94%(54.66포인트) 내린 1052.39로 마감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외국인이 1130억원, 개인이 499억원 순매수했다. 기관은 687억원 순매도했다. 코스닥 시장 시가총액 1위인 삼천당제약을 중심으로 바이오주가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삼천당제약은 그동안 비만·당뇨 치료제 복제약(제네릭) 개발 기대감에 주가가 급등했다. 전날 발표된 관련 계약 규모가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데다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되면서 주가가 급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