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군사 충돌이 한 달 넘게 이어지면서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과 개인 투자자 간 대규모 수급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외국인은 역대 최대 규모로 주식을 순매도한 반면 개인은 이를 대부분 받아내며 시장을 지탱하는 모습이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3일부터 27일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은 30조2630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는 월간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같은 기간 개인 투자자는 30조6880억원을 순매수하며 외국인 매도 물량을 사실상 흡수했다. 개인 역시 월간 기준 최대 순매수 기록이다. 이 기간 코스피 지수는 12% 넘게 하락하며 주요국 증시 가운데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외국인의 매도 공세는 대형주에 집중됐다. 삼성전자만 이달 15조원 이상 순매도했다. 전체 순매도 규모의 절반가량이 한 종목에 쏠린 셈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48.9%로 낮아지며 약 12년 6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개인은 같은 기간 삼성전자를 15조원 이상 순매수하며 대응했다.
이 같은 외국인 자금 이탈은 전쟁에 따른 위험자산 회피 심리와 함께 국제유가 및 원·달러 환율 상승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여기에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인공지능(AI) 기술 변화로 반도체 수요 둔화 우려가 제기된 점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업종별로는 방산주가 상대적 강세를 보이며 시가총액 상위권 지형 변화가 나타났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외국인 순매수 1위를 기록하며 시가총액이 약 12% 증가했고, LIG넥스원과 한화시스템 등도 동반 상승했다. 반면 현대차, 기아, HD현대중공업 등 수출주 중심 업종은 고환율·고유가 부담으로 시가총액이 감소하며 순위가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될 경우 외국인 자금 이탈과 업종 간 차별화가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쟁 이후 외국인이 반도체와 자동차 등 기존 주도주 중심으로 비중을 줄이고 있다”며 “향후 중동 리스크가 기업 실적에 얼마나 전이될지가 시장 방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