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스라엘, 이란 간 전쟁 여파가 이어지는 가운데 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유가가 표시돼 있다. 2026.3.9 /박성원 기자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발발한 지 한 달이 지나자, 국내 증시 지형도가 크게 요동치고 있다. 지정학적 위기와 환율 급등에 놀란 외국인은 역대 최대 규모의 매물 폭탄을 쏟아냈다.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이 물량을 고스란히 받아내며 지수 방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특히 반도체 대장주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 악재까지 겹치며 외국인 지분율이 12년 6개월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기존 주도주였던 자동차와 조선이 주춤한 사이, 방산주가 새로운 주도주로 부상하며 시가총액 상위권 순위도 재편됐다.

◇전쟁 한 달 12% 떨어진 코스피, 외국인 30조 던지고 개인 30조 받았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3일부터 27일까지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총 30조 2630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는 월간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같은 기간 개인 투자자는 30조 6880억원을 순매수하며, 외국인의 매도 물량을 그대로 방어했다. 개인 역시 역대 최대 월간 순매수액을 기록했다. 이 기간 코스피 지수는 12.55% 급락하며 주요국 증시 가운데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외국인의 매도 공세는 대장주 삼성전자에 집중됐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삼성전자 주식만 15조4961억원어치를 내다 팔았다. 코스피의 전체 순매도액의 절반이 한 종목에 몰린 셈이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48.9%로 떨어졌다. 이는 2013년 10월 1일(48.87%) 이후 약 12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의결권 과반을 뜻하는 50% 선이 무너진 지 한 달도 안 돼 49% 선마저 내줬다.

이 같은 외국인 자금 이탈은 중동 지역 전쟁 발발로 위험 자산 회피 심리가 커졌고, 국제 유가·달러 대비 원화 환율 급등한 탓이 크다. 여기에 구글이 AI 메모리 사용량을 최대 6배 줄일 수 있는 ‘터보퀀트’ 기술을 공개하면서 반도체 수요 둔화 우려라는 직격탄까지 맞았다.

2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2026.3.27 ⓒ 뉴스1 이호윤 기자

◇방산주 약진 속 자동차·조선 시총 ‘뚝’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감은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권의 지각 변동도 불러왔다. 가장 수혜를 입은 업종은 방산이다. 외국인이 이달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 1위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2326억원)였다. 집중적인 매수세에 힘입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시가총액은 전쟁 발발 직전인 지난달 27일 61조6182억원에서 이달 27일에는 68조8371억원으로 11.7% 증가했다. 시총 순위도 10위에서 7위로 세 계단 뛰었다. LIG넥스원(44.4%)과 한화시스템(9.2%) 등 주요 방산주도 일제히 동반 강세를 보였다.

반면 수출 비중이 높은 기존 주도주들은 고환율과 고유가 여파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연초 상승세를 탔던 현대차는 전쟁 한 달 동안 시가총액이 138조67억원에서 101조3550억원으로 26%가량 감소했다. 기아와 HD현대중공업 역시 시총이 각각 24.2%, 17.3% 감소하며 순위가 나란히 두 계단씩 밀려 9위와 11위를 기록했다. 중동 발 나프타 공급 차질 우려 등이 이들 업종에 악재로 작용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전쟁 후 외국인은 유동성이 크고 지수 상승 기여도가 높았던 반도체, 자동차 중심으로 투자 규모를 줄였다”며 “앞으로 중동 사태 리스크가 실적으로 번질지의 핵심은 펀더멘털 전이 여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