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불과 1년 만에 또다시 계열사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주주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 한화솔루션의 유상증자는 지난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례와 달리 채무 상환을 위한 자금 조달이라 주가에 미치는 충격이 더 큰 모습이다.
증권가에서는 한화솔루션의 투자 의견을 ‘중립’ 혹은 ‘매도’로 하향 조정하고 있다. 유상증자로 자금을 조달한 이후에도 주가가 회복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반면 지난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유상증자 직후 오히려 주가가 올랐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 26일 공시를 통해 2조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유상증자 규모는 7200만주로, 기존 발행 주식 수(1억7189만주)의 42%에 해당한다.
유상증자 발표 이후 한화솔루션 주가는 급락했다. 발행 주식 수가 크게 늘어나면서 기존 주주의 지분 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솔루션 주가는 유상증자 발표 후 26일 18.2%, 27일 3.13% 하락했다.
특히 회사가 자금 조달에 나선 사유가 채무 상환이라는 점이 투자 심리를 크게 위축시켰다. 회사는 유상증자로 조달할 2조4000억원 가운데 절반 이상인 1조5000억원을 채무 상환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외부 투자금을 유치하는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가 아니라 기존 주주에게 손을 벌리는 유상증자에 대한 반발이 큰 상황임에도 한화솔루션이 주주배정 방식을 선택한 것은 재무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한화솔루션은 지난 2년간 약 1조6000억원 규모의 자산을 매각하고, 7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었다. 그럼에도 지난해 말 기준 한화솔루션의 부채비율은 196.3%, 순차입금은 12조6000억원에 달한다. 증자로 자금을 확보하더라도 추가 자금 조달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불과 1년 전 이뤄진 그룹의 다른 계열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 사례도 거론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3월 주주 배정 유상증자 2조3000억원, 제3자 배정 방식 1조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증자 발표 직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가도 급락했지만, 주가는 비교적 금방 회복됐다. 주식 수가 늘어나는 점은 부담이었지만, 회사가 조달한 자금을 미래 투자 등에 사용했기 때문이다.
당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무인기 체계·엔진 개발 등 시설 구축과 타법인 증권 취득 자금으로 사용하기 위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증자 발표 직후 급락했지만 이후 투자 계획에 대한 기대가 반영되며 반등했다. 유상증자도 흥행했다. 구주주 청약률은 106.4%, 일반 공모 경쟁률은 227.6대1을 기록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유상증자 청약일 기준 주가는 증자 발표 당시보다 약 18% 상승했다.
게다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업황 호조에 따라 실적이 개선되는 상황이었다. 반면 현재 한화솔루션은 태양광과 화학 사업 업황이 부진해 실적이 계속 악화되고 있다.
김용식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두 회사가 다른 점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반적으로 계속 상황이 좋고 주가가 오르는 상태였다”며 “한화솔루션은 차입금으로 버티다가 주주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상태라 재무 개선에 대한 계획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