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여파로 증시가 큰 폭 등락을 거듭하자 투자 방향을 잡지 못한 투자자 자금이 머니마켓펀드(MMF)와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 단기 금융상품으로 몰리고 있다. 안전자산으로 평가되는 금(金) 가격마저 출렁이면서 당분간 자금을 묶어두는 ‘파킹 전략’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잠시 증시에서 대피하는 자금이 늘어났지만, 빚투(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것)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지난 26일 기준 신용융자 잔고는 32조7524억원으로, 전쟁 전인 지난달 27일(32조6690억원) 수준과 비슷하다.
◇MMF에 244조 ‘뭉칫돈’…MMF ETF에도 자금 유입
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국내 MMF에 납입된 총 투자원금의 합계는 244조3567억원이다. 전쟁 발발 전인 지난달 27일(231조9704원)과 비교하면 한 달여만에 13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MMF는 단기 국채와 기업어음(CP), 양도성예금증서(CD) 등에 투자하는 초단기 금융상품으로 입출금이 자유롭고 하루 단위로 이자가 붙어 ‘단기 파킹 통장’ 역할을 한다. 원금 손실 위험이 낮아 통상 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국면에서 투자자들이 일시적인 자금 보관을 위해 선택한다.
이런 흐름은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도 확인된다. MMF ETF는 MMF 운용 방식을 기반으로 초단기 금융 상품에 투자하면서도 MMF와 달리 실시간 거래가 가능해 유동성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
코스콤 ETF 체크에 따르면 지난 일주일간(3월 20~26일) 전체 ETF 자금 유입 순위에서 ‘KODEX 머니마켓액티브’(4135억원)가 2위에 올랐다. 지난 24일에는 KODEX 머니마켓액티브에 2668억원의 자금이 유입되면서 일간 자금 유입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달 코스피 지수가 역대 최대 하락률(12.06%)을 기록하는 등 증시 변동성이 커지자 투자자들이 자금을 ‘대피처’로 빠르게 옮기고 있다는 해석이다. 백관열 LS증권 연구원은 “이란발(發) 불확실성에 대응한 단기적 위험 회피 성격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전통적인 안전 자산으로 꼽히던 ‘금 가격’이 약세인 점도 자금 흐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질 땐 금 가격이 상승하지만, 최근에는 달러 강세와 금리 인하 기대 약화가 겹치면서 금이 대안 투자처로써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박문현 KB증권 연구원은 “자금 이동이 추세를 잃으면서 단기 파킹 목적으로 MMF 설정액이 증가했고 잔고 증가세가 가파르다”며 “3월은 1분기 말이기 때문에 월말 자금 유출이 1, 2월에 비해 클 수 있지만 절대적인 자금 규모가 높아 분기 말에도 210조원을 상회할 것”이라고 했다.
◇증권사 CMA도 인기…은행 파킹통장보다 고금리
또 다른 단기 금융 상품인 CMA도 인기다. CMA는 증권사가 고객 자금을 단기 금융 상품에 투자해 발생한 수익을 돌려주는 계좌다. MMF와 마찬가지로 대표적인 단기 자금 운용 수단이다. CMA 잔고는 지난해 12월 23일 처음 100조원을 돌파한 이후 계속 100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달 16일에는 112조716억원까지 오르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현재 증권사 CMA 금리는 연 1~2% 수준으로, 연 0.1% 내외인 시중은행의 파킹통장의 기본 금리보다 높은 수준이다. 현재 판매 중인 CMA 계좌 중 수익률이 가장 높은 상품은 연 2.50%(예치금 1000만원 이하 기준)인 미래에셋증권의 ‘CMA-환매조건부채권(RP) 네이버통장’이다. 다올투자증권의 CMA(RP형)과 우리투자증권의 ‘RP형 CMA(RP형)’ 수익률은 각각 연 2.40%, 2.30%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 이자는 중앙은행이 정한 단기 기준금리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지만 CMA는 증권사 자체적으로 채권 투자 등을 통해 얻은 수익을 이자로 주기 때문에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