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 3월 25일 17시 45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유망 벤처·스타트업을 발굴해 투자하는 벤처캐피털(VC)이 벤처·혁신기업에 투자하는 상장 공모펀드인 기업성장펀드(BDC)는 외면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BDC 도입을 담은 자본시장법이 개정, 올해 본격 시행됐지만 운용을 계획 중인 VC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25일 VC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달 금융위원회가 운용자산 1조원 이상 국내 대형 VC들에 BDC 운용을 제안했지만, 관심을 보인 VC는 한 곳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VC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투자파트너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IMM인베스트먼트, SV인베스트먼트, 인터베스트, DSC인베스트먼트 등 대형 VC 상당수가 지난해 이미 BDC 운용을 검토했다가 중단했다”면서 “돈은 안 되는데 관리만 어렵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라고 말했다.
BDC는 비상장 벤처·혁신기업에 모험자본을 공급하는 공모펀드로 불린다. 지난 2018년 혁신기업 투자 활성화 방안의 일환으로 논의가 시작됐고, 정부의 벤처투자 시장 확대 기조에 힘입어 지난 8월 말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 이달 17일부터 본격 시행됐다.
당초 시장에선 VC들의 BDC 운용 참여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됐다. 민간 유휴자금을 공모펀드 형태로 끌어올 수 있어 운용자산 확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번지면서다. 펀드 자산의 절반 이상을 벤처·혁신기업에 투자해야 한다는 점에서 VC는 운용 경쟁력도 갖췄다.
덕분에 BDC 도입 근거법인 자본시장법 개정안 내 운용 주체 1순위에도 자산운용사와 더불어 VC(창업투자회사·신기술금융사)가 올랐다. 만기 5년 이상의 환매금지형 펀드를 한국거래소에 상장하는 구조로, 증권사는 고유계정과 고객자산 간 이해상충 우려 등으로 제외됐다.
운용 부담이 VC의 외면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BDC는 공모 상장 구조인 만큼 평가·공시·IR·준법 등 별도 조직이 상시 요구되기 때문이다. VC는 소수 출자자만 상대하는 사모펀드 운용 구조로 공모펀드 운용 체계를 감당할 만한 인적·조직적 기반을 갖추지 못했다.
금융위는 VC 진입 유도를 목표로 증권집합투자업 전문인력 규제 완화 등 당근책을 꺼내들기도 했지만, 호응을 얻지 못했다. 금융위는 구체적으로 BDC 운용을 위해선 증권운용 전문인력 4명이 필수지만, VC에는 증권운용 전문인력 규정을 2명으로 하향 조정했다.
VC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VC 진입 특례가 적용된다고 해도 BDC의 핵심은 개인 투자자가 참여하는 상장 공모펀드라는 것”이라면서 “분기별 펀드 재산 공정가액 평가와 주투자대상기업의 주요 경영사항 공시의무는 사실 VC가 가장 감추고 싶어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관리보수가 크지 않다는 점도 VC들의 BDC 운용 외면의 이유로 꼽힌다. BDC는 거래소에 상장돼 상장지수펀드(ETF)와 같은 구조로 운영되는 탓에 총보수(운용 수수료와 기타 운영 비용)가 1%에 못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통상 벤처펀드 관리보수는 2% 내외로 책정된다.
BDC 흥행 실패 우려마저 나온다. VC의 외면에 자산운용사마저 운용 부담 등을 이유로 참여를 주저하고 있어서다. 금융위는 이달 시행과 함께 종합 운용사 42개사 모두에 BDC 운용 인가를 냈지만, 상품 출시를 준비 중인 곳은 일부 대형사에 그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는 부랴부랴 금융그룹 계열 VC들의 BDC 운용 참여 독려에 나서는 모양새다. 최근 미래에셋벤처투자, KB인베스트먼트, 우리벤처파트너스 등 금융계열 VC들만 따로 불러 진입 특례 사항 등을 다시 설명하고, BDC 제도의 초기 활성화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거래소는 다음 달까지 시스템을 정비한다는 방침이지만, BDC 상품은 많지 않을 전망”이라면서 “특히 비상장 투자의 전문성을 갖춘 VC가 빠진 채 자산운용사 위주로 BDC가 운영된다면 기존 코스닥 공모 펀드와 차별점을 찾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BDC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usiness Development Company)를 의미하며, 개인 투자자도 소액으로 비상장 벤처·혁신기업에 간접 투자할 수 있는 상장 공모 펀드다. 주식을 매수하듯 장내에서 거래할 수 있다. 3월 들어 국내 도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