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갈등이 금융지주 지배 구조 선진화 방안 발표를 계기로 심화하는 분위기다. 금융권에선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의 주도권 갈등이 선진화 방안 발표 연기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감원에선 실무 부서조차 선진화 방안 발표 시점을 알지 못했다는 불만이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이 원장의 금감원 조직 개편 자율화 발언까지 알려지면서 금융 당국 수장 간 갈등설이 나오고 있다.

27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금융위는 금융지주 지배 구조 선진화 방안을 보완하면서 발표 시점을 조율하고 있다. 금융위는 지난해 1월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금융지주 회장 셀프 연임 제한 등 지배 구조 선진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억원(왼쪽) 금융위원장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5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대화하고 있다./뉴스1

금융위는 지난 11일 기자들에게 다음 날인 12일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공지했다가 4시간여 만에 취소했다. 금융위는 당시 “금융지주 회장 간담회 일정 등을 다시 조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일부 내용을 보완할 것이 있었다”고 했다.

금융위가 중요 정책 발표 일정을 갑자기 취소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 금융권에선 여러 해석이 나왔다. 일각에선 금융위가 선진화 방안을 두고 입장 차가 있던 이 원장의 해외 출장 중에 발표 일정을 잡았다가 취소했다는 말이 나왔다. 이 원장은 당시 바젤은행감독위원회 회의 참석차 9일부터 12일까지 해외 출장 중이었다.

이 원장은 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 금지 등 강력한 방안을 원했지만, 금융위의 최종 발표 내용엔 반영되지 않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에 대해 금융 당국 고위 관계자는 “이 원장이 없는 때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려고 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이미 TF를 시작할 때 이 원장의 해외 출장 일정이 정해져 있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TF에 참여한 실무 부서도 선진화 방안 발표 시점 등 정확한 내용을 사전에 전달받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위의 선진화 방안 발표가 4시간 만에 취소된 것이 청와대 고위 인사가 관여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이 과정에서 이 원장이 청와대 측과 소통했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과 사법고시 동기다. 이 원장은 평소 이 대통령과 금융 정책과 관련된 의견을 수시로 나눈다는 사실을 사석에서 여러 차례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는 금감원 특별사법경찰(특사경)에 대한 인지수사권 부여를 놓고도 금감원과 의견 차를 보였다. 올해 초 진행된 금융위 산하 기관 업무 보고에서 금감원이 배제된 것을 두고도 양측의 갈등설에 불을 지폈다.

이 원장은 최근 젊은 금감원 직원이 참석한 타운홀 미팅에서 금감원 조직 개편 시 금융위 협의를 의무화하는 방안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조직 개편은 금감원의 권한”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금융위와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사실과 다르다”는 해명 자료를 배포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이 원장은 금융위와 갈등이 있는 것으로 비춰지는 것에 신경을 많이 쓰고 우려하고 있다. 금융위에 적극 협조하고 원만하게 업무 처리를 하라고 지시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