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도세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 5거래일 연속,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의 일일 순매도 규모가 1조원을 넘었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국제 유가가 급등했고, 위험 자산 선호가 약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코스피의 투자 매력 자체가 약화된 것일까. 전문가들은 코스피의 펀더멘털(기초 체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진단한다. 다만 향후 코스피 펀더멘털 변화를 판단할 핵심 지표로 “구매관리자지수(PMI)를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뉴스1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거래일(3월 19일~25일) 외국인 투자자는 코스피를 10조원 넘게 순매도했다. 3월 19일 1조8000억원, 20일 1조2400억원, 23일 3조6750억원, 24일 1조9860억원, 25일 1조2890억원으로 매일 1조원을 넘는 금액을 순매도했다.

외국인 순매도가 이어지면서 지수 반등 동력도 약해진 모습이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외국인과 기관 자금은 특정 방향으로 집중되는 경향이 있어 시장의 방향을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며 “외국인과 기관 수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개인 매수만으로는 지수가 상승세로 전환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긍정적인 점은 국내 증시의 기초 체력 자체가 훼손된 상황은 아니라는 점이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주식시장의 최근 조정은 실적 훼손에 따른 결과로 보기 어렵다”며 “이번 조정에서 외국인 수급의 본질은 유동성이 크고 지수 상승 기여가 높았던 반도체와 자동차 중심의 포트폴리오 축소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고유가 국면이 장기화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경우 기업 펀더멘털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경우 핵심 판단 지표로 PMI가 제시된다. PMI는 제조업 경기의 선행 지표로, 통상 50을 기준으로 ‘확장’과 ‘위축’ 국면을 가늠할 수 있다.

노 연구원은 “PMI가 50 아래로 내려가고 그 상태가 몇 달 지속되면 철강·기계·IT 하드웨어 등 경기 민감 업종의 이익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된 이후 PMI 둔화가 나타난 뒤 약 8~11개월 후 기업 이익(EPS)이 감소했다.

그러나 반도체 업종은 PMI와의 연동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업종으로 꼽힌다. 노 연구원은 “반도체는 글로벌 제조업 PMI 하락만으로 향후 실적을 단정하기 어려운 업종”이라며 “PMI와 분리된 흐름을 보이다가 업황 사이클이 무너지면 뒤늦게 영향을 받는 경향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2023년 하반기부터 2024년까지 글로벌 제조업 PMI가 50 안팎에 머무는 동안에도 반도체 EPS는 급격하게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와 고대역폭메모리(HBM), 그래픽처리장치(GPU), 첨단 패키징 등 구조적 수요가 반도체 업황을 전통 제조업 경기 사이클에서 부분적으로 분리시켰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반도체는 PMI보다는 메모리 가격, HBM 프리미엄, AI 설비투자(CAPEX), 첨단 패키징 병목을 더 앞세워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