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경남 창원시 성산동에 있는 특수강선 전문 업체 만호제강 공장. 이 거대한 ‘철의 직조 공장’에는 직경 수밀리미터에 불과한 얇은 강선이 롤러를 따라 수십 가닥으로 꼬이기를 반복해 만들어진 굵은 특수강선 묶음들이 거대한 똬리를 틀고 있었다. 제품은 국내뿐 아니라 일본으로도 수출된다. 납기를 맞추기 위해 3만평이 넘는 부지에 들어선 9개 생산동 전체가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만호제강은 포스코로부터 원자재를 납품받아 건축물이나 교량, 크레인, 엘리베이터, 특수 스프링에 사용되는 산업용 철강·섬유 제품을 만든다. 2028년부터는 두산에너빌리티가 울진에 건설하는 신한울 5·6호기 원자로를 만들 때 필요한 원전용 경강선을 이 공장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만호제강 창원공장에서 직원이 제품을 생산하는 모습./연선옥 기자

회사 생산을 총괄하고 있는 공장장 허기형 이사는 “PC강연선을 51가닥 묶어 일반 철근보다 강도가 훨씬 높고 유연성이 높은 PC스트랜드 제품을 공급할 예정”이라며 “과거 영광 원전을 포함해 4차례 원전용 PC스트랜드를 생산하면서 기술력과 납기 능력을 모두 인정받았고, 이번 2호기 물량을 공급해 200억원 규모의 신규 매출이 발생한다”라고 말했다.

지난 3년 동안 오랜 적자의 늪에 빠졌던 만호제강은 올해 흑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창업주 일가가 물러나고 새 주인을 맞이하면서 원가혁신과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흑자 전환의 발판을 마련했다.

특히 만호제강은 경영 정상화와 함께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자동차부품·방산 등 초정밀 가공 사업과 로봇 컨트롤러·액추에이터를 신규 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해 경영권을 인수한 뒤 대표이사에 오른 안병두 신임 대표는 “특수강선·와이어로프 등 본업에서 흑자를 내는 가운데 자동차 부품과 방산, 로봇 등 신사업을 추가해 회사 가치를 끌어올릴 것”이라며 “소재 기업을 넘어 첨단 부품 ·로봇 기업으로 도약해 적극적인 주주 환원 정책도 추진하겠다”라고 말했다.

안병두 만호제강 대표는 "기존 사업에 더해 자동차 부품과 방산, 로봇 등 신사업을 추진하겠다"라고 밝혔다./연선옥 기자

◇긴 터널 빠져나온 만호제강…올해 흑자 전환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만호제강은 지난 3년 동안 적자를 냈다. 배당이 중단되고 주가가 하락했다. 오너 일가와 2대 주주 간 분쟁이 발생하면서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지만,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은 주가는 분쟁 소식에 따라 출렁일 뿐이었다.

그런데 오너 일가가 회사를 매각하면서 전환의 계기가 마련됐다. 만호제강를 새로 이끌게 된 것은 신성에스티를 코스닥 시장에 상장시킨 뒤 성공적으로 엑시트한 안병두 대표. 그는 회사 인수 전 2개월 동안 회사의 재무 구조와 사업 경쟁력을 면밀하게 분석한 끝에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안 대표가 회사를 지휘하게 된 이후 가장 먼저 한 것은 회사의 체질을 개선하는 것이었다. 당장 절감할 수 있는 불필요한 비용을 과감하게 제거했다. 전기요금이 높은 피크 시간대의 생산을 조정해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고, 기존 경영진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해 연간 수십억원의 인건비를 줄였다. 여기에 오래된 설비를 한꺼번에 상각 처리하는 이른바 ‘빅배스(Big Bath)’를 통해 재무적 부담을 털어내고 재도약을 위한 기반을 확보했다.

만호제강 창원공장에서 제품이 생산되는 모습./연선옥 기자

안 대표는 “인수 당시 만호제강은 잠재력이 크지만 효율이 떨어지는 ‘젖은 수건’ 같은 상태였다”며 “물기를 짜내듯 구조를 정비하니 수익성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올해는 확실한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체질 개선 다음은 ‘점프’… 車 부품·방산·로봇 신사업 추진

체질 개선으로 기초 체력을 끌어올린 만호제강은 외형 성장을 위한 ‘점프’도 준비하고 있다. 안병두 대표는 “자동차 부품·방산·특수 배터리 등 초정밀 가공과 로봇 액추에이터 사업으로도 진출하기 위해 M&A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우선 자동차 부품회사 삼진모빌리티가 만호제강의 자회사로 편입된다. 연간 20억~30억원 규모 순이익을 내고 있는 삼진모빌리티는 자동차용 등속조인트의 핵심부품과 전기차 배터리팩 프레임과 같은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로,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폭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만호제강은 또 포탄과 신관(기폭 장치)의 초정밀 가공 분야에 진출하는 한편 로봇 관절에 들어가는 액추에이터를 생산하는 전문 업체 M&A도 추진 중이다.

안병두 만호제강 대표가 창원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는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연선옥 기자

안병두 대표는 “로봇 본체에 들어가는 와이어하네스 케이블과 컨트롤러, 전기부품 등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회사를 인수하는 작업이 마무리 단계”라며 “해당 업체는 올해 400억원 규모 매출이 예상되고 2028년에는 매출이 1000억원 규모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기존 사업에서 안정적인 수익이 나는 동시에 자동차 부품과 방산, 로봇 등 새로운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면서 만호제강은 새로운 사명과 CI(기업 아이덴티티)를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다.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도 계획하고 있다. 앞서 유통 주식 수를 늘리기 위한 액면 분할과 자산 재평가를 실시한 데 이어 15% 규모의 자사주 소각과 중간 배당을 신설할 계획이다. 회사는 시가총액의 3%, 약 60억원 규모를 배당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