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이 가상자산 2단계법(디지털자산기본법)에 도입을 논의 중인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조항을 두고 전임 헌법재판관이 “만약 통과된 법에 위헌 소송이 제기되면 헌재에서 위헌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25일 이영진 전 헌법재판관(사법연수원 22기)은 서울 여의도FKI컨퍼런스센터(구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율 제한에 대한 헌법적 쟁점’ 세미나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대주주 지분 제한 위헌 논란을 두고 헌법재판관 출신 법조인이 공개적으로 의견을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FKI컨퍼런스센터(구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율 제한에 대한 헌법적 쟁점’ 세미나가 진행 중이다. 왼쪽부터 문의빈 국민대 법학과 교수, 계인국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 교수, 김명식 조선대 공공인재법무학과 교수, 이영진 전 헌법재판관, 황성기 한양대 로스쿨 교수. / 최정석 기자

이 전 재판관은 1993년 법관 임용 후 문재인 정부였던 2018년 헌법재판관으로 임명돼 2024년까지 임기를 수행했다. 현재 성균관대 로스쿨 석좌교수, 법무법인 선운 고문변호사 등으로 활동 중이다.

이 전 재판관은 “헌법재판소에 위헌 소송이 제기되면 대체로 외국에 비슷한 사례가 있는지 찾아본다. 그런데 거래소 지분 제한과 같은 규제는 해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며 “이럴 경우 헌재에서 위헌 결정을 내릴 확률이 높다”고 했다.

이 전 재판관은 “이미 형성된 사기업 지분구조를 사후적으로 규제하려면 그 공익성이 상당해야 한다”며 “단순히 거래소 이용자가 많기 때문에 규제의 공익성이 크다는 식으로 추상적 명분을 내세우는 건 기본권 보호 차원에서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했다.

거래소를 공공재로 규정하는 당정의 방향성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계인국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 교수는 “단순히 이용자가 많다 해도 사기업은 사기업이다. 왜 갑자기 (거래소와 같은) 회사가 공공재가 되느냐”며 “공공성을 띠는 것과 공공재는 경제학적으로도, 법학적으로도 완전히 다르다”고 했다.

당정이 합의한 것으로 알려진 대주주 지분 제한 조항 중 하나인 ‘지분 판매 유예기간’을 두고도 문제제기가 있었다. 황성기 한양대 로스쿨 교수는 “언제까지 지분을 팔아야 한다는 조건이 생기면 결국 급한 건 지분을 팔아야 하는 거래소들이다. 지분을 구매하는 쪽이 협상을 질질 끌면 거래소는 울며겨자먹기로 가격을 크게 깎을 수밖에 없다”며 “이는 한 기업의 정당한 시장가치를 훼손하는 차원에서 명백한 재산권 침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