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증권은 베트남의 FTSE 신흥국(이머징) 시장 승격은 중장기 수급 구조의 변화 가능성을 키우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도, 지정학적 리스크가 최근 베트남 증시에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24일 분석했다.
글로벌 지수 제공업체인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은 내달 7일 베트남 증시 이머징 승격 관련 중간 점검 발표를 진행한다. 앞서 FTSE는 지난해 10월 베트남 증시를 프론티어에서 이머징 시장으로 재분류하되, 올해 3월 중간 점검 통과를 전제로 같은 해 9월부터 본격 편입한다는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김근아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번 발표는 베트남 증시의 승격이 확실시되는지를 확인하는 핵심 이벤트”라며 “만약 이번 중간 점검에서 승격이 확정된다면, 단발성 호재를 넘어 베트남 증시의 중장기 수급 구조 변화 가능성을 부각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연구원은 “(승격 시) 패시브 자금 유입은 물론 수십억 달러 규모의 액티브 자금 유입이 기대되며, 이는 그동안 이어져 온 외국인 자금 이탈 압력을 완화하고, 중장기적으로 수급 여건을 개선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지정학 리스크는 베트남 증시의 하방 압력을 높이는 동시에 외국인 자금 유입을 제한하고 있다. 베트남은 원유 생산국이지만, 내수용 에너지의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그중 80%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김 연구원은 “미국과 이란의 긴장 고조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고, 정부가 제시한 10% 성장 목표 달성에도 부담 요인”이라며 “이는 베트남 증시에 대한 투자 심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 가정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수준을 장기간 유지하면, 베트남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약 0.8%포인트 축소될 수 있다. 기타 요인까지 감안하면 실제 영향은 이보다 더 크다. 동시에 달러 대비 동 환율 약세 압력을 키워 외국인의 자금 유입 속도를 늦추며 FTSE 승격 기대의 단기 반영 폭을 제한할 가능성도 있다.
김 연구원은 “본격적인 외국인 수급 개선은 유가와 환율 안정이 확인된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며 “FTSE 승격 이슈는 당장의 시장 방향성을 바꿀 모멘텀(상승 여력)이라기보다, 대외 불확실성이 완화된 이후 베트남 증시의 수급 정상화와 투자 심리 개선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적 계기로 해석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