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챗GPT

변동성 장세 속 개인 투자자들의 대응이 영리해지고 있다. 증시가 출렁일 때마다 현금을 확보하며 관망하다가도, 급락장에서는 대규모 매수 기회를 노리는 ‘파도타기’식 행보가 뚜렷하다.

2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 20일 기준 120조6968억원으로 집계됐다. 직전일인 19일(115조6443억원)과 비교해 하루 만에 5조원 이상 늘었다. 반면 ‘빚투(빚내서 투자)’ 지표인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이 기간 500억원 줄어든 33조2550억원을 기록했다.

통상 예탁금 증가는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 계좌에 입금해 둔 대기성 자금이 늘고, 신용거래융자 감소는 빚을 내 투자하는 정도가 줄었다는 의미다. 즉, 주식 매매를 위한 실탄은 장전한 상태에서 레버리지 투자 대신 시장을 지켜본 셈이다.

초단기 외상인 미수거래에 쓰인 위탁매매 미수금(미수거래 당일 포함 3거래일 내에 갚지 못한 돈)도 같은 기간 9824억원으로, 지난 2월 20일 이후 처음으로 1조원 아래로 내려왔다. 이는 올해 1월 초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주 코스피는 5487.24에서 시작해 5781.20으로 5.36% 올라 거래를 마쳤다. 하루 등락률은 2~5% 수준으로, 이달 초 7~12% 수준의 급등락을 보였던 때와 비교하면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주식 시장의 전체적인 열기도 한풀 꺾였다. 지난주(16~20일) 유가증권시장의 일평균 거래 대금은 25조5873억원으로, 3월 첫째 주(3~6일)의 48조987억원 대비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이 같은 흐름에 대해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과거보다 방어적 대응에 무게를 두며 변동성 장세 속 리스크 관리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상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중동 전쟁이 예상보다 길어지며 투자자들이 변동성 장세에 대한 피로도가 높아졌다”며 “아직 지정학적 리스크에서 완전히 벗어난 게 아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서기보단 더 신중하게 판단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변동성이 다시 확대될 경우에는 즉각적인 매수 대응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지난 23일 중동 전쟁 격화 우려로 코스피 지수가 400포인트(-6.49%) 가까이 급락하자, 개인 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7조원 규모를 순매수했다. 이는 역대 최대 수준이다.

이상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변동성이 줄어들 땐 투자자들이 관망 심리로 돌아섰다가 급등·급락장에 다시 적극적인 매수·매도에 나서는 전략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며 “중동 사태와 같은 매크로 환경이 지속되면서 예탁금이나 신용융자 잔고가 큰 폭으로 오르고 내릴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