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확전 우려에 코스피 지수가 23일 6% 넘게 폭락했다. 이란 전쟁이 발발한 직후 코스피 지수가 역대 최대 하락(12.06%)했던 지난 4일 이후 낙폭이 가장 컸다.
전문가들은 우리 증시의 펀더멘털(기초 체력)이 훼손된 상황은 아니라며 전쟁 공포에 지나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다만 이란 전쟁이 장기화되면 코스피 지수가 5000포인트 수준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코스피 지수가 6.5% 폭락한 23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927개 종목 중 864개 종목 주가가 하락했다. 전체 상장 종목의 93%다. 코스닥 지수도 5% 넘게 폭락하면서 1100선을 다시 반납했다.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1756개 종목 가운데 1527개 종목 주가가 떨어졌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국제 원유 가격이 급등하고 원화 가치도 폭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주간거래 기준 1517.3원에 마감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지난 2009년 3월 9일 종가(1549.0원) 이후 1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국내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인 것은 이란 전쟁이 확전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란에 지상군 투입 계획을 시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 시각) 이란을 상대로 48시간 안에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지 않으면 발전소를 초토화하겠다고 밝히자 이란도 보복에 나서겠다고 맞섰다.
당장은 긍정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증권가에선 이번 조정을 매수 기회로 활용하라는 조언이 나왔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48시간 최후통첩은 이란·이스라엘 갈등이 장기 소모전 양상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시사한다”면서도 “중동 분쟁은 초기 공포 심리가 정점에 달한 직후, 비공식 외교 채널을 통해 출구를 모색하는 패턴이 반복돼 이번 사태도 과도한 ‘패닉셀’(공포 매도)이 장기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조아인 삼성증권 연구원도 “중동 사태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지만 여전히 전쟁의 장기화보다 협상 가능성을 기본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며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지난 3주간의 흐름을 보면, 시장이 과도하게 하락했을 때 매도로 대응하는 것은 큰 실익이 없었다”고 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금융자산 가격이 급락한 후엔 ‘V자 반등’보단 ‘W자 반등’을 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며 “한국 증시는 두 번째 저점을 확인하는 과정이며 5300포인트 이하에서 매수 전략을 유지한다”고 했다.
다만 국제 유가가 100달러를 넘는 불안정한 장세가 계속된다면 코스피 지수 하단을 지난 4일 수준만큼 열어둬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준영 iM증권 연구원은 “안전자산 역할을 한다고 평가받는 금이나 은 가격도 하락하면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과도하게 레버리지가 있던 시장에 환금 수요가 커지고 있는 것”이라며 “코스피 지수가 지난 4일 5000선까지 떨어졌기 때문에, 지수가 최근 수준에서 상하단을 형성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은택 연구원은 “강세장에서의 조정은 평년보다 2배 이상 자주 나타나며(연 2~3회), 하락 폭도 훨씬 크다”며 “이번 조정이 회복하더라도 올해 하반기엔 급락이 다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