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동전주(주가가 1000원 미만인 주식) 퇴출 의지를 밝힌 이후 많은 동전주가 잇따라 주식 병합을 발표하고 나섰다. 그런데 주가가 1000원보다 높은 종목들도 유통주식 수를 줄이겠다면서 액면병합에 나서는 경우가 있어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린다. HLB이노베이션이 대표적이다.
HLB이노베이션은 최근 유통 주식 수가 지나치게 많아 적정 수준으로 유통 주식 수를 관리하기 위해 액면 병합을 결정했다. 지난 20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주식 병합에 따른 액면가액 변경의 건이 원안대로 가결됐다. 이에 따라 발행 주식 수가 기존 1억4804만여주에서 2960만여주로 줄어들 예정이다. 액면 병합은 기업 가치에 영향을 주지 않지만, 주식이 합쳐지면서 가격이 높아진다.
주가가 1000원 이상인 회사도 주식 병합에 나서자 투자자들은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과거 주식 병합을 통해 주가를 끌어올린 직후 주주를 상대로 유상증자에 나섰던 사례가 왕왕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한전선과 텔콘RF제약 등이다. 이들은 주식 병합을 결정한 뒤 수개월 후 주주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대한전선은 지난 2023년 5월, 유통 주식 수를 줄여 주가 안정을 도모하겠다며 10대 1의 액면 병합을 결정했었다. 그런데 불과 7개월 뒤 5000억원의 자금 조달을 조달하겠다며 주주들에게 신주를 발행하는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KBI동양철관도 지난해 액면 병합을 결정한 이후 주주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주주들의 원성이 이어졌다. KBI동양철관은 지난해 7월 주주총회를 통해 2대 1의 액면 병합을 결정한 뒤 불과 2개월 만에 주주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주식 병합 후 주주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가 결정되면 주주들은 적지 않은 피해를 보게 된다. 액면 병합을 통해 발행 주식 수가 감소하면 주가가 오르게 되는데, 이때 높아진 주가를 기준으로 다시 신주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와 관련해 HLB이노베이션과 재영솔루텍은 당장 유상증자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HLB이노베이션 측은 “200억원 규모의 현금을 확보하고 있고, 매출도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당장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베리스모 임상과 관련해 자금이 필요할 가능성이 있는데, 당장 회사 자체적으로 조달할지, 아니면 그룹 차원에서 자금 조달이 이뤄질지 결정된 것은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