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이달 들어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 하락에 베팅한 ‘곱버스’ 상장지수증권(ETN)들이 조기 청산 위기에 몰렸다. 지수가 횡보하는 사이 ‘음의 복리 효과’가 누적 손실을 키운 탓이다.
일간 수익률을 배로 추종하는 상품의 경우 기초자산이 반복적으로 오르내릴 때 누적 손실이 오히려 커지는 음의 복리 효과가 발생한다. 특히 조기 청산 요건인 지표가치 1000원 미만 종목들이 속출하면서, 하락장에 베팅했던 개인들의 자금이 회복 불능 될 위기에 처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삼성증권·미래에셋증권·KB증권 등 증권사 6곳은 자사 코스피·코스닥 인버스 2배 ETN에 대해 조기 청산 사유 발생 가능에 따른 사전 안내를 공시했다. 총 9개(코스피 3개·코스닥 6개) 상품으로, 모두 조기 청산 사유인 종가 기준 지표 가치(ETN 1증권당 실질 가치)가 1000원 미만인 경우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으니 투자 시 유의해달라고 했다.
자산운용사가 펀드 형태로 굴리는 ETF와 달리, ETN은 증권사가 지수 수익률 지급을 확약하는 채권형 상품에 가깝다. 특히 만기가 존재한다는 점이 결정적 차이다. 투자자는 장중 매매를 통해 엑시트하거나, 만기까지 보유해 최종 확정된 지표가치 만큼 상환받는 구조를 취한다. 이날 사전 안내를 한 ETN 9종은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던 2022년 10월 17일 일괄 상장된 상품으로, 만기까지 약 1년 7개월 남았다.
거래소 규정에 따르면 기초자산 가격 변동으로 ▲정규장 종료 시 실시간 증권당 지표 가치가 전일 종가 대비 80% 이상 하락 ▲종가 기준 지표 가치가 1000원 미만 ▲기타 투자자 보호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등에 해당하면 조기 상장 폐지가 진행된다.
해당 ETN들의 가격은 연초 3500원 내외였지만, 지난 20일 기준 1400~1500원대로 절반 이상 빠졌다. 그중 올해(1월 2일~3월 20일) 하락률 1위는 59% 급락한 ‘삼성 인버스 2X 코스피200 선물 ETN’이다. 이 기간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37%, 26%씩 올랐다.
한창 증시가 급등하던 지난 1월 말부터 인버스 2배 ETN에 대한 투자유의가 나왔다. 이달부터는 중동 전쟁 여파에 증시가 박스권에서 움직이고 있지만, 관련 ETN 하락세는 그대로다. 변동성이 커지며 음의 복리 효과가 누적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레버리지 상품인 인버스 2배 ETN은 지수가 올랐다 내리기를 반복하면 투자금이 빠르게 감소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수가 20% 상승 후 다시 20% 하락할 때 인버스 2배 ETN은 최초 투자금 100 기준 ‘100→60→84’로 16%의 평가 손실이 발생한다. 일반 인버스 상품이 ‘100→80→96’으로 4% 손실이 발생하는 것보다 손실 폭이 훨씬 크다.
이런 상황에서도 일부 개인 투자자들은 곱버스 ETN에 대한 고위험 베팅을 이어가고 있다. 약 3개월간 개인들은 국내 상장된 관련 ETN 12종을 총 544억원 규모로 순매수했다. 이 기간 순매수 상위 10위권에는 ‘삼성 인버스 2X 코스닥150 선물 ETN’(224억원·6위)과 ‘삼성 인버스 2X 코스피200 선물 ETN’(137억원·9위)이 이름을 올렸다.
현 추세가 계속된다면 1000원대 초반으로 내려온 ETN들은 모두 상장 폐지될 가능성이 크다. 연초에 투자를 시작한 투자자라면 약 70% 수준의 손실 확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도 투자자 주의를 당부했다. 금감원은 지난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레버리지 및 인버스 상품은 손실 발생 시 투자에 있어 평정심을 유지하기 어렵고, 오히려 투자액을 늘리는 등 더 위험한 투자를 시도하게 되는 악순환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