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가 3월 한 달간 5000~6000선 사이에서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지만 개인 투자자의 매수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코스피가 6.5% 급락하며 5500선을 내준 23일 개인은 6조9900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하단을 방어했다. 이는 미·이스라엘의 이란 침공 직후 첫 거래일이었던 지난 3일의 5조7900억원을 웃도는 규모다.
전문가들은 지수가 전고점을 회복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급락 국면에서도 개인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유가 급등에 따른 물가 압력이 금리 상승 국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무조건적인 낙폭 매수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3월 3~20일) 개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22조6793억원을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15조9555억원, 기관은 약 8조원을 순매도했다. 개인 순매수 규모는 2월(13조8624억원)은 물론 지난해 연간 순매수 규모(9조원)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코스피가 6.5% 급락한 이날에도 6조9997억원 순매수에 나서며 지수 하단을 방어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이란 전쟁 등 지정학적 변수에도 불구하고 코스피가 전고점을 다시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개인 매수세를 지탱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구원은 “코스피가 한 달간 큰 폭의 등락을 반복하고 있지만 개인 투자자 사이에서는 지수가 다시 6000선을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가 여전히 크다”며 “외국인과 기관이 던지는 물량을 개인이 체결을 걸어두고 받아내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유가 급등이 장기화되면서 금리 상승 국면으로의 추세 전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2월 말 60~70달러 선에서 움직였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5월물 선물 가격은 12일 95달러를 돌파한 이후 90~100달러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유가가 급등하면서 물가가 자극되자 금리 인상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CME FedWatch에 따르면,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은 24.3%로, 시장의 낙관론에 찬물을 끼얹었다.
정해창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제 유가가 100달러 부근에서 고착화되는 가운데 주요 중앙은행이 매파적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며 “금리 인하 기대감이 금리 상승 우려로 돌아서면서 금, 주식 등 투자 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후퇴하고 현금 보유 수요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단순히 낙폭 과대에 따른 반등 기대감만으로 추격 매수에 나서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까지는 반도체 등 주도 업종의 펀더멘털이 견조한 가운데 연내 한 차례 금리 인하 기대가 남아 있어 유동성 장세가 이어졌지만, 금리 상승 국면으로 전환될 경우 글로벌 자금 흐름이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인 이탈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개인 매수세만으로는 지수 하락 방어는 가능하지만, 본격적인 전고점 돌파를 이끌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연구원은 “외국인과 기관 자금은 특정 방향으로 집중되는 경향이 있어 시장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역할을 하지만 개인 투자자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아 매수세가 분산된다”며 “외국인과 기관 수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개인 매수만으로는 상승 추세 전환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유가 급등으로 시장 환경이 바뀌더라도 지수가 당분간 일정 범위 내에서 등락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연구원은 이어 “코로나19 당시에도 시장 급락 이후 약 1년 동안 개인 투자자의 매수세가 이어졌다”며 “금리 인상 우려가 커지더라도 개인이 곧바로 매도에 나서기보다는 지수가 일정 수준을 지키며 움직이다가 이후 방향성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