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 3월 20일 16시 42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이차전지 소재 기업 에코프로비엠이 추진해 온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이전상장을 사실상 접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당초 기대했던 패시브 자금(지수를 따라가며 장기적으로 운용되는 자금) 유입 효과보다 정부의 코스닥 시장 활성화 정책에 따른 수혜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에코프로비엠은 코스피 이전상장 계획을 사실상 철회하고 코스닥 시장에 잔류하는 방향으로 내부 방침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에코프로비엠은 코스피 시장으로의 이전상장 시점을 조율해 왔으나, 최근 정책 환경 변화를 반영해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에코프로비엠은 2024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코스피 이전상장 안건을 의결하며 본격적인 이전 절차에 착수했다. 이후 같은 해 11월 한국거래소에 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하는 등 상장 이전 작업을 구체화했다.
당시 이전상장의 명분은 주주가치 제고였다. 코스피 이전 시 코스피200 지수 편입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를 추종하는 패시브 자금 유입이 기대된다는 점이 주요 배경으로 꼽혔다. 시장에서는 연기금과 인덱스 펀드 등을 중심으로 수천억원 규모의 기관 자금 유입 가능성도 거론됐다. 기업 인지도 제고, 기관 투자자 접근성 확대, 거래 유동성 개선 역시 기대 효과로 제시됐다.
그러나 에코프로비엠의 실적이 발목을 잡았다.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현상) 직격탄을 맞아 2024년 4분기까지 5개 분기 연속 적자를 내면서다. 이에 따라 회사는 작년 2월 “여러 제반 요건을 고려해 이전 상장 신청 건을 철회하기로 했다”며 “향후 경영실적 개선 확인 후 유가증권시장 이전 상장 예비 심사를 재신청할 예정”이라고 했다.
작년까지도 이전상장 추진 시점을 조율하던 에코프로비엠은 금융당국의 코스닥 시장 활성화 방안이 구체화되자 방향을 선회했다. 금융당국이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위해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의 참여를 유도하고, 기금운용평가 기준에 코스닥 지수를 반영하는 등 중장기 자금 유입 기반을 마련하는 정책을 추진하면서다. 코스닥 벤처 펀드 세제 지원과 국가성장펀드 조성 역시 자금 유입을 뒷받침하는 요소로 꼽힌다.
에코프로비엠은 이런 변화의 직접적인 수혜 후보로 거론된다. 코스닥 내 시가총액 상위권 종목인 만큼 기관 자금 유입 확대와 지수 개편 효과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코스피 이전을 통해 기대했던 패시브 자금 유입보다 더 지속적이고 구조적인 수급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평가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에코프로비엠 이전 상장은 현재 추진되지 않는 것으로 안다”면서 “회사 측은 코스피 이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단기 수급 효과보다 코스닥 내에서 정책 수혜를 바탕으로 기업가치를 재평가받는 전략이 더 유효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알테오젠은 코스피 이전상장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며 에코프로비엠과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에코프로비엠과 달리 기업 입장에서 투자 수요 측면을 고려할 때 코스피 이전이 더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