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이 4주차에 접어든다. 이란 사태가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줄었다곤 하지만,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이어지면서 미국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국제 유가가 등락하면서 미국 경제에도 부담이 되는 상황에서 백악관이 어떤 ‘출구전략’을 내놓을 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린다.
이번주(3월 23~27일) 본격적인 주주총회 시즌이 도래했다. 새 정부 들어 강도 높게 추진된 상법 개정 직후 주총 시즌이다. 전문가들은 다수 상장사 주총에서 소액 주주의 영향력 확대, 주주환원 강화 등 만성적인 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할 이슈가 나올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1분기 ‘프리 어닝 시즌’이 도래하면서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가 커질 가능성도 있다.
지난주(16일~20일) 중동 지역 갈등이 지속됐지만 코스피 지수는 비교적 견고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16일 5510.82로 출발한 코스피 지수는 국제 유가 급등에도 5700선을 지키는데 성공했다. 지난 20일 코스피 지수는 5781.20에 마감했다.
이번 주에도 증시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라 등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출구전략이 가시화되면 증시는 다시 상승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변수는 분쟁의 지속보다 호르무즈 해협의 에너지 공급망 복원”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인 태도도 증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3월 연방공개시작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되면서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는 후퇴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연준 위원들이 정례회의 전 연설이나 인터뷰를 하지 않는 ‘블랙아웃’ 기간이 해제되면서 증시 변동성이 증폭될 가능성도 있다.
국내 증시는 다시 펀더멘털(기초 체력)로 시선이 쏠릴 여지가 있다. 실적 전망치가 발표되는 1분기 ‘프리 어닝’ 시즌과 주주총회 기간에 접어들면서 상승 기회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명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유가, 환율 등락폭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실적·정책 모멘텀(상승 동력)으로 국내 증시는 긍정적인 흐름을 보일 수 있다”며 “실적 시즌을 앞두고 이익 모멘텀 개선 업종과 정책 수혜 업종 중심으로 대응하는 전략이 유리하다”고 전망했다.
이번 주 LG전자, 네이버, 고려아연, SK하이닉스, 현대차, SK 등 주요 대기업의 주주총회가 예정돼 있다. 상법 개정과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이 도입된 이후 첫 주총 시즌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여부가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경민 연구원은 “국내 기업들이 ‘주주 자본주의’로 향하는 방향에 호응하는지 평가받는 글로벌 시험대가 될 것”이라며 “주요 기업들이 지배구조 개선과 자본효율성(ROE) 향상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할 경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정부가 제시한 코스닥 시장 활성화 정책으로도 관심이 몰린다. 앞서 지난 18일 정부는 ‘자본시장 체질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여기서 코스닥 활성화 정책의 일환으로 ‘코스닥 2부제’가 소개됐다. 코스닥 시장을 프리미엄 세그먼트와 스탠다드 세그먼트로 구분해 운영한다는 게 골자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닥 내 우량주와 비우량주, 대형주와 중소형주 간 차별화가 한층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중소형주 대비 대형 우량주 중심의 강세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대외 악재에 비교적 둔감한 업종과 방탄소년단(BTS)의 컴백 수혜 업종에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BTS는 21일 광화문에서 ‘ARIRANG’ 컴백 라이브를 진행하고 오는 4월 월드 투어를 시작한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하이브 전고점 회복 여부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관광객 체류 증가에 호텔, 화장품 등 실적 기대가 오르고 있다”고 했다.
한편 오는 24일에는 스탠다드앤푸어스(S&P) 글로벌에서 미국 3월 제조업 및 서비스업 구매자관리지수(PMI) 예비치를 발표한다. 이번 지표는 중동발 에너지 쇼크가 실물 경제에 투영된 이후의 실물 경제 영향을 보여주는 첫 번째 지표가 될 전망이다.
이경민 연구원은 “유가 급등과 물류 병목이 본격화된 시점의 기업 심리 변화를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