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락했던 코스피 지수가 5700~5800선까지 회복하며 반등했다. 하지만 증시가 다시 급강하하는 ‘롤러코스피’ 현상의 재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특히 하락장에 베팅하는 공매도 잔고가 가파르게 쌓이고 있어, 증시가 본격적인 조정 국면에 진입할 경우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증시 대차거래 잔고는 지난 18일 기준 154조241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지난 17일 147조원이었던 잔고가 단 하루 만에 약 7조원 급증한 것이다. 이는 시장의 추가 조정 가능성을 경계하며 하락에 베팅하려는 투자 심리가 극에 달했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대차거래는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가 수수료를 받고 다른 투자자에게 주식을 빌려주는 거래다. 빌린 주식을 시장에 내다 파는 공매도의 핵심 ‘실탄’으로 활용되기 때문에, 대차잔고 추이는 향후 공매도 물량을 가늠하는 결정적 선행지표로 해석된다. 통상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주식을 빌려 비싸게 팔고 저점에서 되사서 갚는 공매도 특성상, 역대급 대차잔고는 증시의 하방 압력을 높이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시장의 직접적인 매도 압력으로 작용할 공매도 물량도 급증세다. 지난 16일 유가증권시장 공매도 순보유 잔고는 15조3700억원을 기록하며 이달 초 대비 약 6% 늘어났다. 이는 최근 1년 중 최고치다. 공매도 순보유 잔고는 투자자가 주식을 빌려 매도한 뒤 아직 되사서 갚지 않은 물량을 뜻한다. 이 잔고가 역대급으로 쌓였다는 것은 향후 주가 하락을 기대하는 투자 심리가 그만큼 강력하다는 증거로 해석된다.
공매도 순보유 잔고가 가장 많은 종목은 현대차로 1조6824억원, 한미반도체가 1조3257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전날 기준 전체 거래대금 대비 공매도 비중이 30%를 넘는 종목도 5개 종목에 달했는데, 이 중 영진약품은 공매도 비중이 41.5%이었다. 거래대금 11억8318만원 중 공매도 거래대금이 4억9200만원이었다.
최근 공매도 과열 종목으로 지정된 건수도 늘고 있다. 이번 달 유가증권시장에서 공매도 과열 종목으로 지정된 종목은 71종목으로, 이달 중순 만에 지난 1~2월 지정된 건수(35건)의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전문가들은 올해 들어 국내 증시가 급등한 가운데, 전쟁으로 인해 변동성이 커지면서 증시 하락에 베팅하는 주체들이 늘어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시가총액이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공매도 비중도 늘어난 측면이 있다”며 “최근 고점 인식 때문에 외국계 헤지펀드들이 쇼트 포지션(매도 전략)을 잡는 것으로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주가 하락 전망에 베팅하는 일부 세력이 공매도 잔고로 나타나고 있고 이러한 이질적인 주체가 많기 때문에 증시 변동성이 커지는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공매도 물량 급증이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매도는 가격 조정을 가속화해 시장 효율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지만, 실제 가치보다 과민 반응하며 변동성을 키우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고 분석했다. 이어 양 교수는 “공매도로 인한 가격 하락이 과장될 경우 시장이 입는 타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며 “특히 공매도는 손실 규모에 하한선이 없어 투자 위험도가 극도로 높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