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매도 다음 날 돈을 받는 ‘T+1 결제 주기’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금융당국이 거래시간 연장과 함께 제도 개선을 추진하는 가운데, 한국예탁결제원과 한국거래소도 이달 말과 오는 4월 관련 회의를 잇달아 열어 현황 파악 및 개선책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다만 외국인 투자자의 결제 시차와 환전 시스템 등 구조적 제약이 여전해, 업계에서는 글로벌 흐름을 감안할 때 2028년 전후 도입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 간담회에서 “왜 주식을 오늘 팔았는데 돈은 모레 들어오느냐”며 제도 개선 필요성을 언급했다.
현재 국내 주식시장은 매매 후 대금이 계좌에 입금되기까지 2영업일(T+2)이 소요된다. 금융당국은 이를 미국·캐나다 등 선진 시장 기준인 1영업일(T+1)로 단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 등 유관기관도 지난해 구성한 워킹그룹을 통해 실무 논의를 이어오고 있다.
결제 주기가 하루 단축되면 미결제 위험이 줄어들어 증거금 부담이 완화되고 결제 불이행 가능성도 낮아진다. 무엇보다 투자자의 자금 회전율(환금성)이 높아지고 시장 전반의 유동성이 확대되는 효과가 기대된다.
다만 현업에서는 외국인 투자자의 거래 구조를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한다. 외국인은 해외 운용사·브로커를 거쳐 국내 상임대리인을 통해 예탁결제원에서 결제를 진행하는 다층 구조로 되어 있다. 거래 체결 이후 계정별 배분, 외환 환전, 자금 이체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해 일정 시간이 불가피하게 소요된다.
시차 문제도 부담 요인이다. 결제 주기가 단축되면 미국 등 주요 투자국에서는 결제 준비 시간이 크게 줄어들어 외국인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 기준 T+1 결제는 미국 투자자에게 사실상 당일 처리(T+0)에 가깝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미국 투자자가 밤사이 거래하면, 그다음 날 영업시간 내에 환전과 자금 이체 등 절차를 모두 마쳐야 한다. 여기에 예탁결제원과 증권사 등 관계 기관의 시스템 정비와 제도 개선에 따른 비용 및 인력 투입 부담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 같은 이유로 한국을 비롯해 일본, 홍콩 등 아시아 주요 시장은 아직 T+2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은 아시아 시장을 묶어 자금을 운용하는 경우가 많아, 특정 국가만 결제 주기를 단축할 경우 자금 운용에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워킹그룹 논의 과정에서도 외국계 기관들은 아시아 주요 국가 간 결제일 단축 시기를 맞출 필요성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글로벌 흐름을 고려할 때 결제 주기 단축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유럽과 영국이 2027년 10월을 목표로 T+1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국내 역시 늦어도 2028년 말까진 도입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은보 거래소 이사장도 이날 청와대 간담회에서 “지급 결제에 대한 국제적 동향을 잘 파악해서 절대로 늦지 않을 것”이라며 “선제적으로 청산·결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가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실제 예탁원은 이달 말 관계 기관 회의를 통해 결제일 단축에 필요한 과제를 점검할 예정이며, 거래소도 오는 4월 장내 결제 시스템과 관련한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주도적으로 T+1 전환을 추진한 측면이 컸다”며 “규제가 아닌 시장 효율성 제고라는 측면에서 정부 차원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