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사태로 큰 폭의 조정을 겪었던 국내 증시가 18일 5% 넘게 폭등하면서 다시 6000포인트 고지를 눈앞에 뒀다.
중동 정세 불안과 이에 따른 국제 유가 급등락이 이어지고 있지만, 엔비디아의 연례 회의 ‘GTC 2026’ 개막을 계기로 인공지능(AI) 생태계 확장에 대한 기대가 다시 커지며 주식시장으로 대거 투자 자금이 유입됐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84.55포인트(5.04%) 오른 5925.03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말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 2월 27일까지 6000포인트 위에서 거래됐는데, 이란 전쟁이 발발한 직후 폭락해 이달 초 5000포인트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날 코스피200 선물이 급등하면서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선물 가격이 1분 이상 5% 넘게 상승하는 흐름이 지속되면서 프로그램 매수 호가가 5분간 정지된 것이다.
이란 전쟁이 장기화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점차 줄어드는 모습이다.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이런 환경에서도 AI 생태계의 확장이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GTC 2026 무대에서 “각 산업 현장에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AI의 실질적인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글로벌 반도체 수요가 올해~내년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행사를 통해 그동안 금융시장에서 제기된 AI 수요 ‘피크아웃’ 우려가 크게 완화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GTC 2026을 통해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외국인 투자자에게 우호적인 수급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며 “이달 이란 사태라는 동일한 악재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과정에서 반도체 등 주도주를 중심으로 하방 경직성이 생긴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7~8% 급등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만 소폭 하락하고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외국인이 현물과 선물 시장에서 모두 순매수세를 보이는 가운데 기관 자금도 유입됐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9000억원 순매수했고, 기관은 3조1000억원 매수 우위였다. 개인은 4조원 가까이 순매도였다.
이날 이재명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 간담회를 열었는데, 많은 투자자가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이 대통령은 코스피 지수가 “작년에 2500~2600선에서 쉬지 않고 조정다운 조정 없이 6000 중반까지 올랐는데, 매우 불안한 느낌이 있었다”며 “하나의 계기로 다지는 과정을 겪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단기간 코스피 지수가 급등하면서 일각에서 제기된 ‘과열론’을 인식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전문가들 역시 이란 사태로 코스피 지수가 조정을 겪은 덕분에 반도체 등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업종을 중심으로 투자 자금이 재차 유입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코스닥 지수도 급등했다. 코스닥 지수는 전날보다 27.44포인트(2.41%) 오른 1164.38에 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