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지난해 1차 실험 후 혹평을 받았던 디지털 화폐(CBDC) 실험 프로젝트 ‘한강’ 2차 사업을 이번 달 진행한다. 한은이 110조원 규모의 국고 보조금을 한강을 통해 집행하기로 하자 많은 은행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1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18일 프로젝트 한강 2단계 착수를 발표할 예정이다. 2단계에서는 CBDC 사용처를 확대하고 실제 서비스 적용 범위를 넓히는데, 이를 지원할 시중은행은 기존 7개사(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IBK기업·BNK부산)에서 2곳이 더 늘었다.

한국은행 본부 전경

프로젝트 한강은 CBDC를 기반으로 은행이 발행한 예금 토큰(디지털 지급 결제 수단)을 활용해 바우처 지급 과정 등을 디지털화하고 결제 효율성을 검증하는 사업이다. 1단계에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은행은 총 300억원의 비용을 들여 인프라(기반시설)를 구축했는데, 실험에 참여한 10만명(만 19세 이상 국민)이 실제 개설한 전자 지갑 수는 약 8만개로 총 결제액은 6억9246만원에 불과했다.

홍보가 부족하고 예금토큰을 쓸 유인이 없다보니 참여자 1인당 하루 예금토큰 사용액이 100원에도 못 미쳤던 것이다. 이 여파로 한국은행 주도의 CBDC에 불신이 생겼고 작년 10월로 예정됐던 2단계는 잠정 연기됐다.

한은은 2단계 사업을 110조원의 국고 보조금과 연계하기로 했다. 정책 자금을 블록체인 장부 상 예금토큰 형태로 지급하면 이용처나 한도를 제한할 수 있고 지출 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된다. 110조원 규모의 보조금이 토큰 형태로 유통되는 동안, 그 바탕이 되는 실제 현금은 은행 계좌에 예치되기 때문에 은행은 거금을 운용할 수 있게 된다.

또 CBDC를 이용하면 은행 간 거래 수수료나 한국은행에 예치한 당좌 관련 비용을 아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은행은 CBDC와 스테이블코인을 모두 활용할 가능성도 고려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결제 인프라를 담당하는 실무진들은 스테이블코인과 CBDC의 역할이 겹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비용이 다소 들더라도 실사용 사례를 만들어볼 수 있는 것은 신사업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