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급등과 거래 대금 폭증 호재로 랠리를 이어가던 증권주가 최근 약세로 돌아섰다. 연초부터 꾸준한 상승 곡선을 그리던 증권주는 미국·이란 전쟁 발발 이후 이전 주가를 회복하지 못한 채 지지부진한 흐름이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의 ‘변심’이 두드러진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을 위해 증권주 비중을 줄이는 대신, 전쟁 수혜주나 실적 가시성이 높은 주도주로 포트폴리오를 옮겨가는 양상이다.

시장에서는 증권사들이 높은 투자 매력도를 회복하기 위해 단순 브로커리지를 넘어선 리테일 경쟁력 강화와 철저한 위험 자산 관리를 통한 재무 건전성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다.

여의도 증권가. /연합뉴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증권 지수’는 연초부터 현재까지(1월2일~3월13일) 1567에서 2650으로 약 69% 증가했다. 특히 3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난달 25일 전후로 지수가 크게 올랐다.

하지만 미국·이란 전쟁으로 코스피 지수가 급락한 이후, 증권주는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KRX증권 지수는 중동 전쟁 발발 직후인 이달 3일 7.47% 하락했다. 지난 4일에도 14.03% 급락했다.

자사주 소각 등 적극적인 주주 환원 정책으로 랠리를 이어오던 미래에셋증권도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지난달 27일 7만1689원이었던 미래에셋증권 주가는 지난 3일 6만6312원까지 밀려났다. 이 기간 하락률은 약 7.5% 수준이다.

연초 대비 주가가 3배 이상 폭등했던 SK증권도 지난 3일 급락 이후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SK증권 주가는 연초 644원에서 지난달 27일 2125원까지 치솟으며 저력을 과시했으나, 지난 3일과 4일 각각 14.35%, 18.41% 폭락하며 이틀 만에 상승분을 상당 부분 반납했다. 이후 소폭 반등에 성공했지만 현재 1700~1800원대에서 횡보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 또한 차익 실현 이후 증권주로의 복귀를 망설이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해부터 밸류업 수혜가 선반영되며 증권주 주가가 오르자 차익 실현에 나섰다.

외국인은 연초부터 이달까지 한국금융지주 1672억원, 미래에셋증권 2004억원, NH투자증권 1376억원, 삼성증권 143억원을 순매도했다. 이 외에도 KRX증권 지수에 포함된 11개 종목에 대해 이 기간 순매도했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증권은 시장이 좋아지면 성적이 좋아지는데 이미 많이 올랐고, 외국인도 차익 실현 이후 반도체나 바이오, 로봇 쪽으로 갔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증권주의 투자 매력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진단한다. 증시 변동성 확대로 인해 일평균 거래 대금이 100조원을 상회하는 등 역대급 실적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시장 변동성 확대는 역설적으로 거래 대금 증가로 이어져 증권사의 수수료 수익(위탁매매 수수료)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며 “최근의 가파른 조정은 오히려 분할 매수 전략으로 대응할 기회”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증권사의 외형 성장보다 내부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리테일 점유율 방어는 물론,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위험 자산 관리를 통해 내부 역량을 입증해야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중소형사 증권사 중심으로는 부동산PF와 브릿지론 비중이 확대된 상황이다. 지난해 9월 기준 대신증권은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금융이 87%, 메리츠증권은 133%에 이르는 등 업계 평균 39%에 비해 2~3배 이상 상회하고 있다.

김예일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증권사가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로 지정되면 자본을 활용해 레버리지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업무 영역이 확대된다”며 “이 과정에서 외형적인 양적 규모는 커질 수 있으나, 정작 중요한 것은 이를 감당할 수 있는 리스크 관리 역량”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