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챗GPT

미국과 이란 간 군사 충돌 여파로 미 국채 금리가 오르고 있다. 중동 발 지정학적 긴장이 국제유가를 끌어올리면서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가 커졌고, 이에 따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 심리가 약해진 영향이다.

미 국채는 특히 단기물보다 중·장기물 금리가 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물가와 재정, 국채 수급 부담이 투자심리에 더 크게 반영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현지 시각)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3.734%로 작년 8월 21일(3.792%) 이후 약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10년물 금리도 올해 2월 말 대비 29.5bp 상승한 4.285%를 기록했다. 30년물 금리는 29.5bp 오른 4.908%로 5%선에 근접했다. 미 국채 1년물 금리 역시 2월 말 3.477%에서 지난 13일 3.644%로 16.7bp 상승했다.

최근 미 국채 금리 상승은 중동 지역의 긴장 고조에 따른 유가 급등과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 확산,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 약화 때문으로 해석된다.

통상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 심리가 커져 미 국채에 매수세가 유입되기도 하지만, 이번에는 에너지 가격 상승이 향후 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단기물보다 중·장기물 금리의 상승 폭이 더 컸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는 단기물보다 장기물 금리가 더 빠르게 오르는 이른바 ‘베어 스티프닝(bear steepening)’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시장이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여부 자체보다 장기 재정 건전성과 인플레이션, 채권 수급 등 구조적 요인을 가격에 더 많이 반영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전쟁 장기화 가능성이 거론되는 국면에서는 향후 미국의 재정 적자 확대와 국채 발행 증가 가능성까지 함께 부각되기 쉽다. 이에 따라 장기 채권 보유에 대한 위험 보상인 ‘기간 프리미엄(term premium)’도 높아지며 장기 금리를 밀어 올리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연준을 향해 즉각 금리를 인하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란과의 전쟁이 이어지는 한 장기물 금리의 상방 압력이 쉽게 꺾이기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정책금리 인하 기대만으로는 유가와 기대인플레이션, 장기 재정 우려를 완화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것이다.

미국 발 금리 상승은 국내 채권 시장에도 곧바로 반영됐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338%로 지난 2024년 6월 이후 1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달 27일까지만 해도 3.041%였지만, 이달 들어 상승하기 시작해 보름 만에 0.297%포인트 급등했다.

같은 날 국고채 5년물 금리는 3.556%로 같은 기간 0.278%포인트 올랐고, 10년물 금리도 3.701%로 0.255%포인트 상승했다. 국내 시장에서도 중기물과 장기물 금리가 함께 빠르게 오르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채권시장의 변동성 확대가 주식시장에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글로벌 금리 변동성이 커질 경우 외국인이 위험자산 비중을 줄이는 과정에서 한국 주식에 대한 비중도 함께 낮출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장기 금리의 상승은 기업의 전반적인 자금 조달 비용을 높이고 수익성을 압박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미래 이익 비중이 높은 테크·바이오 등 성장주는 할인율 상승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