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전쟁 여파로 국내 증시 변동성이 극에 달했으나, 개인 투자자의 ETF(상장지수펀드) 사랑은 오히려 뜨거워지고 있다. 순자산총액(AUM) 1조원을 돌파한 ‘메가 ETF’는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급증했다. 다만 종목별 냉온탕 장세가 이어지며 수익률 양극화는 심화되는 양상이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3일부터 12일까지 개인은 국내 상장 ETF를 66조8810억원어치 사들였다.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을 기록한 지난 4일 이후 6거래일 연속 순매수다. 같은 기간 ETF 일평균 거래대금은 21조8930억원을 기록하며 증시 불안 속에서도 독보적인 활기를 띠고 있다.
ETF 시장 규모 역시 빠르게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국내 ETF 순자산총액은 377조3989억원이다. 1년 전 184조995억원이었던 순자산 규모가 약 2배 성장했다.
순자산총액이 1조원을 넘는 이른바 ‘1조 클럽’ ETF도 크게 늘었다. 지난 12일 기준 국내에 상장한 ETF 1075개 가운데 순자산총액이 1조원 이상인 ETF는 79개였다. 순자산이 1조원을 넘는 ETF가 36개에 불과했던 지난해 3월 12일과 비교해 두 배 이상(119.4%) 증가했다. 순자산 5조원을 넘는 초대형 ETF도 13개에 달했다.
ETF들은 특히 코스피가 상승세를 이어 갔던 증시 호황기에 덩치를 키운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대선 직후부터 7월 말 사이 순자산총액이 1조원 이상인 ETF는 9개 늘었고 코스피가 4000포인트에서 5000포인트까지 가는 동안(10월27일~1월27일)에도 16개가 증가했다.
강현기 DB증권 연구원은 “과거 경험 상 미국과 중동의 특정 국가 간 마찰은 단기 이벤트로 끝났던 경우가 상당수였기에 잠깐의 조정 이후 주가가 회복할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ETF는 상품 구조가 다양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이벤트에서 전략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다만 이달 들어 급등락장이 반복되면서 ETF별로 성과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이달 3일부터 12일까지 거래대금 상위 50개 ETF 가운데 국내 지수 추종형·국내주식형 ETF 중 수익을 낸 상품은 단 6개에 그쳤다. 인버스·방산·금 ETF 등이 수익을 낸 반면, 기존 주도주였던 반도체·이차전지 관련 ETF는 적게는 8%에서 레버리지 상품의 경우 30% 이상 폭락했다.
강 연구원은 “이달 들어 코스피가 10% 넘게 급락했고 중동 사태가 계속 시장을 흔들면서 수혜주로 떠오른 방산주 관련 상품이나 안전 자산으로 분류되는 금 현물 상품만이 수익을 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변동성 장세에서 레버리지와 인버스 ETF 투자 또한 증가하고 있다. 이달 들어 개인은 KODEX 레버리지, KODEX 코스닥150 레버리지를 각각 6302억원, 3635억원을 순매수했다. 3일부터 12일까지 거래량 상위 6개 종목은 모두 인버스, 레버리지 상품이었다. 순자산총액 기준으로도 KODEX 레버리지는 5조원 규모로 10위를 차지하고 있고 KODEX 코스닥150 레버리지 역시 4조8886억원 규모로 ‘5조 클럽’ 진입을 앞두고 있다.
다만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레버리지나 인버스 투자에는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우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레버리지 상품은 음의 복리 효과(등락이 반복되면 손실이 복리처럼 누적되는 현상) 때문에 장기 투자 관점에서 적합하지 않다”며 “지수의 일간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기 때문에 지수가 제자리에서 등락을 반복해도 레버리지 상품은 손실 폭이 더 커질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