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보면 내일 폭등장은 확실하네요”

지난 5일 새벽, 한 주식 커뮤니티에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그래프와 함께 이 같은 글이 올라왔다. 이 그래프는 새벽 ‘코스피200 야간선물’ 지수를 보여주는 그래프였다.

이처럼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늦은 밤, 새벽 시간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오늘 야간선물 올랐으니 내일 국장은 갭상승이겠지?” “미국장은 빠지는데 코루(KORU)는 선방하네, 다행이다”는 식이다.

(서울=뉴스1) = 한국거래소가 28일 부산 본사에서 Eurex 연계 코스피200위클리옵션 야간시장 개설 기념식을 개최했다. Eurex 연계 코스피200위클리옵션 상장기념식에서 조효제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시장본부장(가운데), 이정의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시장본부장보(오른쪽 두번째), 박찬수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시장본부장보(왼쪽 두번째)가 기념촬영을 하고있다.(한국거래소 제공)2022.3.28/뉴스1

이처럼 우리나라 코스피 투자자들이 밤을 새며 다른 시장을 살펴보는 현상은 미국과 이란간 전쟁이 발발한 후 더욱 심해지고 있다.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와 국제 유가 급등락이 겹치면서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이 극에 달하자, 일부 개인 투자자들은 다음 날 국내 증시(국장)의 향방을 미리 파악하기 위해 스스로 잠을 설치고 있는 것이다.

◇ 내일 국장 향방 가늠자, ‘코스피200 야간선물’과 ‘KORU’

정규장이 끝난 심야 시간대 투자자들이 가장 먼저 확인하는 지표는 ‘코스피200 야간 선물’이다. 이는 한국거래소 마감 이후(한국 시각 오후 6시~다음 날 오전 5시) 유럽 파생상품거래소(Eurex)를 통해 거래되는 상품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한국 증시를 대표하는 핵심 우량 종목 200개를 묶어 산출한 ‘코스피200 지수’의 향방을 예측해 미리 사고파는 선물(先物) 거래다.

이 지수는 한국이 밤일 때 열리는 미국·유럽 증시 흐름과 이란 사태 같은 지정학적 이슈, 유가 변동 등을 실시간으로 반영한다. 정규장이 닫힌 동안 발생한 굵직한 변수들이 가격에 즉각 녹아들기 때문에 오전 9시 코스피 개장 분위기를 예측하는 선행지표로 꼽힌다.

실제로 야간 선물의 예측력은 최근 들어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실제 지난 5일에는 전날 밤부터 새벽 시간 이 지수가 7.7% 크게 오르자, 당일 코스피 지수는 9.6% 폭등했다. 지난 9일 밤에도 야간 선물이 전 거래일 대비 6.6%나 상승 마감하자, 다음 날인 10일 코스피 정규장 역시 5.3%대 강한 상승세를 보이며 그 흐름을 정확히 따라갔다.

이와 더불어 밤사이 투자자들의 투심을 달구는 또 다른 지표는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된 한국 주식 관련 ETF(상장지수펀드)다. 일명 ‘코루단’을 양산한 ‘KORU(Direxion Daily MSCI South Korea Bull 3X Shares)’가 대표적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지수의 일일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는 고위험 레버리지 ETF 상품으로 미 자산운용사 디렉시온이 만들었다. 코루단은 ‘KORU’에 투자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신조어다.

국내 대형주들의 흐름을 극대화해 반영하는 만큼, 변동성 장세였던 3월 초 단 하루 만에 15% 이상 급등하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하기도 했다. 이처럼 즉각적인 가격 변동을 보여주기 때문에 미국 정규장 시간에 한국 주식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심을 엿볼 수 있는 강력한 척도가 돼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일러스트=정다운

◇ 美 증시와 뚜렷한 ‘디커플링’… 韓 전용 지표에 쏠린 눈

이 같은 현상은 최근 들어 한국과 미국 증시 간 탈동조화(미국 증시가 떨어져도 한국 증시가 오르거나 반대되는 상황)를 보이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 과거에는 단순히 “미국 나스닥이 오르면 다음 날 코스피도 오른다”는 공식이 통용되어 새벽에 나스닥 지수만 대략 확인하면 그만이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실제로 올해 2월 미국 나스닥 지수가 통화 정책 불확실성 등으로 약 3% 하락하는 동안 코스피는 글로벌 자금 유입과 기업 밸류업 기대감에 힘입어 오히려 11%나 급등하는 기현상을 보였다. 나스닥과 다우 지수가 큰 폭으로 조정받은 다음 날에도 코스피는 동조하지 않고 오름세를 이어간 날이 적지 않았다. 반대로 지난 4일, 미국·이란 전쟁 사태 여파로 코스피가 무려 12% 넘게 폭락했을 때 직전 거래일 미국 뉴욕 증시의 다우지수와 나스닥 지수 하락 폭은 1% 미만에 그치기도 했다.

뉴욕증권거래소 테러 희생자 애도 파리 테러로 출렁였던 아시아 증시가 17일 하루 만에 반등했다. 17일 코스피지수는 1.02% 올랐고, 닛케이지수도 1.22% 상승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트레이더들이 파리 테러 직후인 지난 16일 초조한 표정으로 증시 개장을 기다리고 있다.

이 같은 장세는 우리나라 주식 투자자들의 밤 문화를 바꿔 놓았다. 주식 투자를 전문적으로 하는 김모씨는 “미국 3대 지수가 내린다고 해서 무조건 코스피가 내리는 것이 아니니, 글로벌 시장에서 거래되는 ‘한국 전용 지표’를 직접 눈으로 살피기 위해 새벽잠을 설치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