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의 상승 랠리가 ‘이란 사태’라는 복병을 만나 급제동이 걸렸다. 중동 지역에 발생한 전쟁은 당장 국제 원유 가격을 끌어올리며 ‘인플레이션 공포’가 세계 금융시장을 덮쳤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추이를 지켜보자”는 신중론이 우세했지만, 분위기가 바뀌었다. 장기전을 점치는 시각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물가와 국채 금리는 실물 경제는 물론 모든 투자 자산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 그동안 국내 증시가 상승한 동인 중 하나는 물가 안정에 따라 예상되는 완화적인 통화 정책 경로였다. 그런데 이 전제가 이란 사태로 크게 흔들리면 투자 포트폴리오를 재점검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선을 돌파한 9일 모니터에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표시돼 있다./연합뉴스

국제 유가는 9일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었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4년 만이다. 이란 사태 이후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 통행이 막힌 여파다.

전쟁 발발 직후까지만 해도 국제 유가가 급등할 경우 트럼프의 ‘타코’(TACO·Trump Always Chickens Out·트럼프는 언제나 겁먹고 물러난다)가 반복될 것이라는 기대 심리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트럼프가 강경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8일 이란 전쟁의 장기화 우려로 국제 유가가 폭등한 것에 대해 평화를 위해 지불해야 할 ‘아주 작은 대가’라며, 이란의 핵 위협을 제거하면 유가가 다시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이란 핵 위협이 사라지면 유가는 급격히 하락할 것”이라며 “이는 미국과 세계의 안전과 평화를 위해 지불해야 할 아주 작은 대가일 뿐”이라고 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단기간 해소되는 시나리오가 사실상 무산되면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연내 금리 인하는 4분기로 지연되거나 부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한국은행의 금리 동결 기조가 장기화되겠으나 유가 상승 압력이 강해질수록 긴축 전환 경계가 높아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인플레이션 헤지(위험 회피) 전략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김명실 iM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태가 진정되기 전까지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인 ‘물가연동국채’에 대한 시장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악의 경우 원유 ‘공급 부족’이 아니라 ‘공급 불능’ 상태에 진입하면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시장을 지배할 수 있고, 이럴 땐 명목국채보다 물가채를 통한 인플레이션 방어 전략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